정부·지방자치단체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4P(Public-Private-People Partnerships)' 전략이 급부상했다. 4P는 '공공-민간-시민 협력체계'를 뜻한다. 정부 또는 지자체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실제 주민이 사업 과정에 참여하는 형태다.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개발 수준에서 나아가 도시 주민이 원하는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전략이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중국 등도 4P 전략에 관심을 갖고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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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 발족식

◇스마트시티 '4P' 전략, 왜 중요한가

4P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스마트시티의 '지속성'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문제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주민이 원하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지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정부가 모든 서비스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투자부터 서비스까지 일방향으로 진행했던 과거 유비쿼터스도시(u시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양방향 스마트시티로 발전하기 위해 4P 전략이 강조된다.

정부가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관이 협력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식이다. 그 수익으로 다시 서비스가 발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주민이 사업모델을 만들기도 하고 실생활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정부 역시 4P를 스마트시티 정책에서 민간을 핵심 주체로 내세웠다. 국토교통부는 중장기 스마트시티 계획에서 앞으로 주요 스마트 시티 사업은 민관 협력, 주민참여를 우선에 두기로 했다. 4P가 정부 정책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세종시·부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리빙랩'이나 주민과 함께 하는 사회적 경제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정부는 u시티 종합계획을 5년에 한 번씩 수립했다. 정부가 어떤 지역에 어떤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지,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1차는 ICT 등 인프라 구축, 2차는 플랫폼 마련과 보급을 기본방향으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사업을 기획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3차 종합계획에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서비스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를 다룬다. 민간 참여가 성공 관건이다.

◇민·관·지역, '4P'로 스마트시티 확산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스마트시티 정책인 '국가시범도시' 역시 방향은 4P다. 정부가 지역을 선정하고 백지에서 시작하는 사업임에도 정부 투자 예산은 1000억원 남짓이다. 도시를 짓는 비용은 주민 분양대금을 통해 조달된다. 첨단 서비스는 민간 기업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개발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마트시티 융합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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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 발족식

스마트시티 융합얼라이언스는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건설·에너지·의료·보안 등 서로 다른 분야 110여개 기업이 참여한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종 기술 간 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해소해 달라는 요청을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 기능도 한다.

정부는 세종과 부산 등 국가시범도시가 구축되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민간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로 운영될지 여부가 민간에 달린 셈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을 기획했다. 정부가 지자체를 선정하면, 지자체가 기업에게 사업을 발주하던 관행을 깬 최초의 사업이다. 처음부터 민간 기업과 지자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기획하고, 공모에 참여한다. 최근 6개 팀을 선정하는 사업에 48개 팀이 몰려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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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투자별 스마트시티 현황

국내 69개 지역에서 크고 작은 스마트시티 사업이 진행됐다. 그동안 신도시나 혁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기반시설 조성 위주 스마트시티 사업 투자가 이뤄진 곳이다. 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반 시설을 조성했다. 국가예산을 추가로 지원받아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앞장서 민간과 협력해 스마트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는 신도시 최초로 주민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민간 기업이 솔루션을 개발하는 '리빙랩'을 시도했다. 시민참여단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를 결정해 이달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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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리빙랩 협력체계. 자료=LH

부천시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과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한다.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마을 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4P' 초기단계…새 프로세스 구축이 관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성공모델은 아직 없다. 민관 협력을 통한 스마트시티 구축과 운영은 해외에서도 초기 단계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글이 구축하는 스마트시티 역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행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정부가 발주하면 민간이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 위주였다. 공공서비스라는 스마트시티 서비스의 성격 때문이다. 프로세스 자체를 경험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성공여부도 불투명하다.

전문가는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이상으로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과 지표를 만들고 민간 기업이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야 한다. 규제를 개선하도록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업 조직체계나 거버넌스도 기존과 달라야 한다.


이재용 국토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센터장은 “미국·인도·중동·중국 등 해외 주요국도 민관협력을 스마트시티 성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기술 인프라나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에서 나아가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비기술 요인을 반영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