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박재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실장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서 말이나 되는 구슬도 알알이 흩어진 채로 굴러다니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잘 꿰면 보석 가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도 많이 쌓아놔 봤자 제대로 수집하고 가공해서 활용하지 않는다면 제 가치를 찾기 어렵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시시각각 수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하루에 생산되는 디지털 데이터는 2제타바이트(ZB)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내 전체 학술도서관에 소장된 도서 정보의 100만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얼마 전에 방문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시각화해 보여 주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시민에게 맞춤형 행정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동안 다양한 사례를 통해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국가 사회 현안 해결과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성과가 있었다. 범죄 예측, 전염병 차단, 탈세 방지, 교통 혼잡 해소 등과 같이 공공서비스에서의 혁신 성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스마트팜·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산업을 재편하고 재도약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이 창출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보이지 않는 상상력과 창의력, 이를 현실로 만드는 데이터 활용 역량에 좌우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국민의 데이터 활용 역량, 즉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지금까지 간과돼 왔지만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국민은 직접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가장 큰 주체다. 개인의 행동이나 생각 하나하나가 데이터로 표출되고, 개인을 둘러싼 상황은 무수한 데이터 사슬로 나타난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디지털 데이터 가운데 75%가 개인 관련 데이터라고 한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해서 그 편익을 십분 누리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저축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자산 관리가 가능하고, 건강 검진과 진료 결과를 결합해 맞춤형 건강관리로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효율 높은 의사 결정도 가능하다.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데이터는 유효한 길잡이다. 실제 전 세계 유료 회원이 1억4000만명인 넷플릭스에서 이용자들이 시청한 영화의 75%가 타인의 경험치에 의한 데이터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향이 비슷한 타인의 데이터를 통해 선택하고, 만족도가 더 크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생존 기술이다. 데이터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적극 데이터 생산에 참여해야 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활용 능력을 길러 정보기술(IT)과 서비스의 급속한 변화에 적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영위해야 한다. 국민들의 데이터 리터러시 제고는 스스로 창의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자 국가의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간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 총무성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기초 교육을 온라인 과정으로 개설,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민의 데이터 리터러시 확보를 통해 데이터 기반 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발 빠른 전략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일본 사례를 거울삼아 국민들이 데이터를 제대로 생산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에 더욱 적극 관심을 둬야 한다.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이것을 정부와 기업, 교육 현장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우리 국민들의 데이터 리터러시가 높아져야 한다. 모든 국민이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등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우리는 데이터 경제의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될 수 있다.

박재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실장 pjh666@kda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