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계도 기간이 이달 말 종료된다.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업계는 줄기차게 '선택적 근로시간제' 산정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나 일 단위가 아니라 한 달 정산한 총 근로시간이 법정 준수 시간을 넘지 않는 형태다. 대부분 기업이 도입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가 사전에 합의해서 근로 일별 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 하루뿐만 아니라 1주 최장 근로시간을 최대 64시간까지 맞춰야 한다.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업무량이 예측 가능한 분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논의가 가능하다.

IT·SW 업계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이야기하는 건 사전에 업무량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 수주에 따라 업무가 달라진다. 어느 시기에 프로젝트가 몰릴 지 가늠하기 어렵다. 통상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에 고객의 요구 사항이 집중돼 평균 2∼4개월 초과근무가 발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 1년 가운데 약 4개월 초과근무 발생 빈도가 높다. 사업 종료 후 후속작업(하자보수, 결산 등)으로 2개월가량 초과근무가 예상된다. 특히 공공사업은 발주 시기와 무관하게 대부분 연말 완료로 프로젝트 기한이 설정됐다. 사업 종료에 임박해서 최소 2∼3개월 초과 근로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런 사업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뒷전이다. 기업에 무조건 주 52시간 근무제 준수만 요구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산정 기간 확대도 불허 방침을 내세운다. 기업도 개발자도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

그런 삶이 정착되려면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각종 IT·SW 프로젝트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게 사업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정부 공공기관 발주 사업은 주 52시간 근무제는 고려치 않고 과거 관행 그대로 개발자 투입과 프로젝트 완수를 요구한다. 노동법은 바꿨는데 정부는 이를 사업에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와 공공부터 개정된 노동법에 맞춰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 일반 기업의 IT 프로젝트도 개선될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킬 수 있는 발주 문화 개선이 선행되면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 논의는 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