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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헌법재판소 8인 재판관의 전원일치 판결을 계기로 우리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문에 적시한 우리 사회의 과제는 명확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단절로 인한 국정 공백은 중대하고, 국론 분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엄중하다.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략)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장미 대선'이 이어졌고, 두 달 만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2년 전을 되돌아보는 것은 당시의 국론 분열과 난국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반성과 성찰을 제대로 했는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한반도 비핵화와 적폐 청산 두 바퀴로 질주했다. 정권 초기의 압도적인 지지율은 마치 국민 통합이 이뤄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남과 북 최고지도자가 휴전선 위에서 악수를 나누고,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아 올리는 장면은 꿈의 한 장면 같았다. 적폐 청산도 휘몰아치는 태풍이었다. 견제와 반대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꿈길을 걷는 듯 했지만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현실은 곳곳에서 무너졌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소득 주도 성장을 외쳤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혼란은 산업 현장을 더욱 힘들게 했다. 국내 경제에서 30%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현재진행형이었지만 대응은 미흡했다. 제조업 경고등은 무시되고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

만시지탄이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제조업 활력 회복을 위한 산업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면 어땠을까. 수년 전부터 제조업 위기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었다. 그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경제를 기반으로 한 국민 통합을 우선시해야 했다. 그래야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도 더 강해졌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도 아쉽다. 현 정부 말대로 '원전은 당분간 증가하고 탈원전은 60여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었다면 굳이 '탈(脫)'이라는 급진적인 용어를 택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이뤄진 탈원전 선언에 대다수는 소리 없이 깊은 탄식만 내뱉었다. 그 뒤 쳇바퀴 돌 듯 이어진 탈원전 공방으로 산업에 대한 관심은 머물 곳이 없었다. 정치적 합의의 장인 국회에서도 탈원전은 정쟁의 훌륭한(?) 도구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는 올해 초부터 산업 현장을 찾는 정치인과 관료들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에 이어 대표 주력 산업인 자동차까지 끝 모를 침체의 시작점에 섰다.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최소한 산업 정책 측면에서 '잃어버린 2년'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경제를 떠받들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인공은 결국 기업이라는 인식과 태세의 전환이다.


제조업이 살아야 가가호호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포용적 혁신국가 비전 달성도 가능하다. 일자리가 없는데 소득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남은 3년은 성과를 내기에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2년을 지우고 방향을 틀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에겐 아직 빠른 추격자 DNA가 살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방향이다.


양종석 미래산업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