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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이 바뀐다

발행일2019.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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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총장 주류가 10년 사이 사회계열에서 이공계로 옮겨갔다. 각 대학에서 첫 이공계 총장이 연이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이 바뀌고 있다.

11일 전자신문이 국내 주요 30개 대학(수도권 사립대 20곳, 국·공립대 10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2008년 총장은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17명으로 주류였으나 2019년 현재는 이공계 출신이 15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공계 출신 총장은 2008년에는 8명에 그쳤다.

2008년 대학 총장은 정치·법·경영·행정학과 중심이었다. 법대와 경제·경영이 각각 4명씩으로 가장 많았다. 정치외교·행정·교육학과 등도 강세였다. 자연과학(이과) 계열과 공학계열은 모두 합쳐 8명이었다. 의대 출신은 3명이었다.

10여년 만에 판세는 이공계 중심으로 바뀌었다. 올해 3월 현재 30개 대학 총장 중 15명이 이공계다. 지난해부터 취임한 총장으로 좁히면 12명 중 9명(75%)이 이공계 출신이다. 올 해 취임한 총장은 5명 모두 이공계열이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김동원 전북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다. 이들은 각 대학에서 최초 역사를 썼다. 오세정 총장은 서울대 최초 물리학부 출신 총장이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 역사상 첫 공과대학 출신 총장이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역시 첫 소프트웨어학과 출신 총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오세정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첫 물리학자 출신 총장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문 대통령은 “이공계가 국력이라는 인식이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이 바뀐다

총장 주류가 이공계열로 옮겨간 것은 대학 사회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이 생존과 발전을 위해 산학협력과 기술 주도 혁신을 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10여년 전에는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었던 만큼 큰 주제를 던질 수 있는 사회계열이 대학을 이끌었다”면서 “기술이 주도해 사회변화를 이끄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전문성이 중요하고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변화 상황을 설명했다.

현실적인 평가 지표도 무시할 수 없다. 기본역량진단에는 취업률이 교육성과를 평가하는 중요 잣대로 포함됐다. 대학에서도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정부 역시 대형 국책 사업을 통해 순수학문 위주에서 산업연계 교육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했다. 2016년 선정 당시 역대 최대 규모 재정지원 사업으로 화제가 됐던 '프라임(PRIME)'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공계 규모가 커지면서 이공계 교수의 입김도 세진 것도 하나의 배경이다.

서울 소재 대학교 한 총장은 “대학 상황이 어려우니 인문학적 사고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소프트웨어(SW) 등 기술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기술을 제대로 알고 융합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 총장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학 내 산학협력, 융합에 힘 실려

정부는 올 해 대학 산학협력 활성화 지원을 위해 전년 대비 713억원이 늘어난 2925억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32.2%가 늘어난 수치다. 수천억원대 예산을 차지하는 항목이 1년 만에 급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공학 학술연구기반 구축 지원 규모는 지난 해 104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2207억원이다. 이에 반해 인문사회분야 기초연구에는 2018년 1470억원 대비 10% 늘어난 1617억원을 지원한다.

Photo Image<정부의 산학협력(링크플러스) 및 4차 산업혁명 혁신 선도대학 예산 증가 추이>

대학 내 산학협력 비중이 커지다보니 외부 인사를 산학협력 전임 교원으로 채용하는 일도 늘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채용형 산학협력 중점교수는 2016년 1746명에서 2018년 1869명으로 증가했다.

◇사회 전반에 과학기술 침투…인문학과 융합 필요

이공계 출신 총장이 모든 혁신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공계가 아니더라도 융합 사고가 중요하다.

실제로 인문 사회계열에서 이공계와 융합을 통해 성과를 내는 대학도 있다. 국민대 유지수 총장은 경영대 출신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중요성을 강조하는 총장으로 꼽힌다. 자동차융합대학을 설립하고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에게 3D프린팅, 인문계 학생에게는 SW 코딩 과목을 이수하도록 했다. 학생이 스스로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한 총장 100여명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학이 살 길은 '전문화' '특성화'”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제시한 전문화, 특성화는 기존 대학 서열과 체계에 따른 내용이 아니다. 자체 발전 전략을 기초로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는 기능과 분야를 찾아 학내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서열 체계를 타파하고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융합'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기존 전공을 통합하고 융합해 세계에서 유일한 전공을 만들어 낸 애리조나 주립대학이 대표 사례다. 기존 학과 체계를 바꿔 미래 혁신 대학, 지속가능한 대학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단과대학을 만들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별 학생이 각 과에서 커리큘럼을 조합해 스스로 자체 전공을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대학 체계가 바뀌는 이유는 사회 전반이 융합형 사회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법조·경영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침투했다. 인문사회 역시 분과 학문 연구 중심에서 의제 중심 연구로 전환되는 추세다.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변화를 진단함으로써 과학기술과 발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역시 대학이 융합을 통해 전문화, 특성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결과물이 현 대학 사회 구성원의 변화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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