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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의료진이 한국인 발병 4위 암인 전립샘암을 유전자 분석으로 조기 발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서비스가 서양인 중심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아시아인에게 적합한 조기 발견 모델을 최초 개발, 국내 전립샘암 예방에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샘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유전자를 모아 발병 위험을 제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허등록과 벤처까지 설립, 저렴한 가격에 전립샘암 조기 발견 서비스를 받도록 상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존 전립샘암 조기 발견 방법은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법이다. PSA 수치가 높으면 조직 검사를 의뢰한다. 변 교수에 따르면 초기 암 환자 발견이 아니라 발병 위험도가 높은 잠재 환자 발굴이 핵심이다. 이를 다중유전자위험점수(PRS)로 제시한다. 이 점수는 전립샘암에 영향을 미치는 수백개 유전자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특이형 유전자만 골라 검사하는 것이다. 현재는 유전자 5개를 한 묶음으로 해서 검사 효율성과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까지 구현했다.

변 교수는 “현재까지 전립샘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단일염기다형성(SNP) 유전자형만 500개가 넘는다”면서 “한국인에게 의미 있는 유전자만 묶어서 검사할 경우 위험군을 추려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 교수는 “비용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PRS 알고리즘은 변 교수가 틈틈이 모은 전립샘암 샘플 데이터가 기반으로 작용됐다. 이 기술 개발에 활용된 샘플 환자만 2700명이 넘는다. 단일 연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안성 코호트 사업으로 제시된 정상인 3만명의 정보와 비교·분석, 한국인 전립샘암 환자 유전자 특이성을 검증했다.

전립샘암은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악성종양이지만 10년 생존율이 93~95%에 달해 조기 발견이 중요한 질환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도 우리나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샘암 환자 수는 8만명을 넘어섰다. 처음으로 폐암을 밀어내고 주요 발병 암 4위로 올라섰다. 반면에 5년 생존율은 갑상샘암(100.2%)에 이어 2위(93.9%)다.

특히 암 가운데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병될 확률이 가장 높은 33%에 이른다. 새로 생기는 암 환자 3분의 1을 유전자 검사로 조기 발견하면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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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5개 유전자 묶음에서 10~20개까지 확장해 신뢰성을 키운다. 올 하반기에 10만원을 넘지 않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변 교수는 상업화를 위해 직접 프로카젠이라는 벤처를 창업했다. 위험도에 따른 임상 컨설팅 제공까지 검토한다.

진료, 수술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내용과 세계 곳곳에서 발표되는 논문 등을 반영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업 메디사피엔스와 손잡았다. 딥러닝 기술로 위험 점수 스코어를 신속하게 고도화한다.


변 교수는 “암은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결합돼 발생하는데 전립샘암은 다른 질병과 비교해 유전자 기반 예측력이 가장 높다”면서 “최근 위암, 대장암 등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악성 질병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환자 수가 정체 또는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립샘암은 급증하고 있어 유전자 분석을 활용한 조기 발견은 질병 예방과 국가 의료비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