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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난리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아니라 '삼한사미(3일간 춥고 4일간 미세먼지 나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도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은 없다. 아직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 마스크나 쓸 수는 없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마스크가 따로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다. 보통 황사 마스크라고 부른다.

황사 마스크는 식약처 의약외품(마스크) 시험검사기관에서 꼼꼼한 시험을 거쳐 출시된다. 보통 시험·검사를 의뢰한 제품 100개 가운데 13개 정도는 이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물론 시험을 통과한 제품도 올바른 착용법에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전자신문이 시중에 판매되는 황사마스크 몇 종을 구입해 식약처 의약외품 시험검사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에 직접 시험을 요청했다. 황사 마스크는 어떤 시험 과정을 거쳐 효과를 입증하는지, 또 이런 시험을 거친 황사 마스크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분석 과정을 직접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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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안전처 의약외품(마스크) 시험검사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 마스크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제품 출시전 테스트 의뢰한 황사마스크의 분진포집효율 테스트를 하고 있다.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 내 마스크실험실. 이곳에는 분진포집효율과 안면부흡기저항, 누설률 등을 시험할 수 있는 장비와 마스크 소재에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됐는지를 검사하는 실험도구가 갖춰져 있다.

황사 마스크는 이곳에서 각종 시험을 거쳐 인증을 받아야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분진포집효율, 안면부흡기저항, 누설률, 성상, 형상, 순도, 포름알데히드, 머리끈 접합부 인장강도 등 8가지 시험 가운데 단 한 개라도 기준치를 만족하지 못하면 인증을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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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뢰한 마스크 제품에 대해 분진포집효율 테스트한 결과치를 종이로 프린트한 모습. 오른쪽 끝 2.03이란 숫자는 미세먼지 100을 뿜었을때 마스크를 통과한 미세먼지는 2.03이라는 의미다. 테스트 기준을 만족한 수치이다.

분진포집효율과 안면부흡기저항 시험이 가장 중요하다. 분진포집효율은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수치로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KF(Korea Filter)80, KF94, KF99과 같은 마크를 붙여준다. KF 뒤 숫자가 바로 분진포집효율 시험의 결과치다. KF80은 미세먼지를 80% 이상, KF94는 94% 이상을 걸러준다는 의미다.

분진포집효율 시험은 마스크를 밀폐된 투명 플라스틱 용기의 동그랗게 뚫린 구멍에 부착하고 틈새를 실리콘으로 메운 뒤 미세먼지 대신 0.6㎛ 입자 크기의 염화나트륨에어로졸을 30초 동안 분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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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마스크 안면부흡기저항 실험 장면. 사람 두상 형태 앞부분 입모양 둥근 구멍에 마스크를 부착한 뒤 테이프로 밀폐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 KF80 등급을 만족하려면 60Pa이하 수치가 나와야한다.

시험 결과 장비 화면에 3이라는 숫자가 나타나면 미세먼지 100을 뿜었을 때 3이 마스크를 통과한 것으로 97%를 걸러줬다는 의미다. 이 경우 KF94 등급을 부여한다.

안면부흡기저항 시험은 마스크를 썼을 때 호흡량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다. 사람의 머리 형태 장비 앞부분 입모양으로 뚫린 구멍에 마스크를 부착한 뒤 흡기저항을 측정한다. 60Pa 이하 결과치가 나오면 KF80 등급을 부여한다.

안면부흡기저항과 분진포집효율 시험은 반비례관계다. 분진포집효율이 높아 미세먼지를 많이 걸러 내는 마스크는 안면부흡기저항실험 수치도 높아 호흡하기가 힘들다. 두 시험 결과가 똑 같이 높게 나타나기는 힘들다.

이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누설률, 순도, 포름알데히드 등 나머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누설률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직접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험한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시험을 의뢰하는 황사 마스크는 크게 늘었지만 시험 합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478개 제품을 시험, 이 가운데 기준에 미달하는 65개 제품에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약 13.5%에 해당한다.

인증과정을 거쳐 판매되는 황사 마스크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약국에서 KF80과 KF94등급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 5종을 무작위로 구입해 센터에 직접 시험 의뢰했다. KF80 등급을 받은 황사 마스크 2종과 KF94 등급 제품 3종이었다.

시험 결과는 모두 기준치를 만족했다. 분진포집효율은 모두 96~99가 나왔다. 미세먼지를 96%~99%까지 걸러준다는 의미다. 안면부흡기저항 시험에서는 23Pa~37Pa가 나왔다. KF80 통과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이들 시험과정은 실제 사람이 착용할 때와는 달리 주위를 테이프와 실리콘으로 밀폐하고 진행했다. 실제 착용할 때에는 입과 코 주변에 틈이 벌어져 미세먼지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마스크가 밀착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황사 마스크는 어떤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미세먼지 흡입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까. 우선은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 인증을 확인해야 한다. KF 인증도 뒤에 따라오는 숫자가 클수록 차단 효과가 크다. 하지만 숫자가 클수록 숨쉬기는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은 코와 입이 완전히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밀착되지 않으면 틈새로 미세먼지가 들어올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뒤에는 코로만 호흡하는 것이 좋다. 보건용 마스크는 일회용이기 때문에 세탁해서 재사용하면 안 된다.

김상곤 경북TP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황사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라면서 “검증받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야 미세먼지 흡입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 전문가위원회가 실시한 '대기환경과 관련된 위험성 평가 연구'에 따르면 황사 마스크의 오염물질 차단율이 실험실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더라도 실제 사용할 때는 효과가 똑같이 나오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위원회는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실제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이 결과를 토대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경북TP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 보건용(황사) 마스크 성적서 발급 현황]


[보건용(황사) 마스크 주요테스트 통과 기준]

[시중에 판매중인 보건용(황사) 마스크 5종 테스트 결과]

[이슈분석]황사마스크 효과 어떻게 분석하나...식약처 등급 기준과 시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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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