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정치권에 블록체인 열풍이 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참정권 확대와 정치·정당 개혁에 블록체인 접목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요 정당과 정치권 인사도 앞 다퉈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치·정당 개혁을 선언했다.

정치권 구상과 달리 실제 '블록체인 정당'으로 나아가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추상적인 선언 의미가 강하다. 말은 많았지만 실체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비용과 시스템 구축, 당내 부정적 인식 해소 등 갈 길이 멀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

◇민주, 당 현대화에 블록체인 도입…아직은 계획단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플랫폼 정당'을 약속했다. 당원 자격기준, 공천 룰, 당원 관리 정책 등 모든 것을 한 번에 확인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당 현대화 작업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방침이다. 당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당 현대화추진위 중심으로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상향식 민주주의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당 현대화추진위 관계자는 “당원 의견을 수렴한다거나 정책 등 사안에 대한 투표를 기본으로 당원 간 소통 커뮤니티를 구성해 멤버십화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확장성을 두고 개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입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당원 관리 프로그램이 노후화돼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현대화 작업을 4월쯤에나 단계별로 추진한다. 블록체인 접목 역시 실제 사례 등이 부족해 적용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당내 일부 부정적 인식 해결도 과제다. 당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도입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제 개발에 착수한 단계”라면서 “블록체인을 접목할 예정이지만, 기술 문제보단 어느 곳에 어떻게 적용해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블록체인 정당' 선포…선언적 의미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블록체인 정당'을 선포했다. 그는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국가기관 1위에 국회와 정당이 있고,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원인으로 △당과 당원 간 정보 불균형 △수직적 의사결정 △폐쇄적 과정과 불투명한 공개 △언제 있을지 모를 조작과 불공정 우려를 꼽았다.

해결책으로 블록체인을 제시했다. '열린 디지털 민주주의' 시대를 향한 기술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획기적인 방식으로 국민과 당원이 참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당은 네 가지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한다. 첫 번째는 '기록'이다. 중앙당과 지역당 주요 회의결과 문서를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명하게 확인한다. 두 번째는 '보상'이다. 당원과 의원 활동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보상 계획을 설계한다. 온·오프라인 활동 공헌도에 따라 당원에게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의원 책임 강화를 위해 의정활동 평가결과(KPI)도 기록한다.

세 번째는 '투표'다. 당내 각종 주요 선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 해킹 및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시스템으로 익명성, 투명성, 보안성을 강화한다. 한국당은 우선 청년위원장 선출 등에서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반영한 투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청원'이다. 국민과 당원 의견을 듣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청원시스템을 도입한다. 조회 및 추천 수, 댓글조작을 방지하고 청원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나머지 부분은 선언적 의미가 크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장은 투표 외 블록체인 기술을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당 블록체인TF에서 향후 방향성을 갖고 블록체인 정당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 출발은 빨랐지만…진행은 '0%'

바른미래당은 지난해부터 정병국 의원과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정당 구축을 추진했다. 지난해 8월 '4차 산업혁명시대 블록체인 정당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도 열었다. 당원과 국민이 직접 참여·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안, 참정권 회복 방안, 디지털 시대 주권을 논의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시 “블록체인 기술로 침해당한 참정권을 회복하고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정치에 참여하는 정당구조 등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의사결정 과정 등을 민주·효율적으로 바꾸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발 빠르게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반년 가량 시간이 지났지만 바른미래당은 실제 당 운영에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았다. 올 초에도 당 정책연구원인 바른미래연구원이 운영하는 '청년정치학교'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세 일정은 없다.


청년정치학교 교장은 당내 블록체인 보급에 앞장 선 정병국 의원이 맡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청년정치학교 운영 일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교육과정, 결과 등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