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PC 업계가 올해 과감한 신기술을 적용한 전략 제품을 출시하며 변화를 모색한다. 그동안 PC에는 잘 채택하지 않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TV 크기에 준하는 55·65인치 대형 모니터와 32대9 화면 비율을 갖춘 프리미엄 모니터도 잇따라 출시한다.

2012년 이후 지속 감소세에 있는 세계 PC 시장 흐름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이 커지는 게이밍 PC를 선두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바꾸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PC 제조사, 올해 신제품에 OLED 디스플레이 적극 도입

델과 HP, 레노버, 삼성전자 등 주요 글로벌 PC 제조사는 올해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노트북을 출시한다. 델·HP·레노버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19'에서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노트북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OLED를 탑재한 노트북을 올해 안에 출시할 전망이다.

OLED 디스플레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채용한 곳은 델이다. 델은 프리미엄 비즈니스 노트북 'XPS 15'와 게이밍 노트북 '에일리언웨어 m15'에 15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2016년 13인치 노트북 '에일리언웨어 13'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바 있다. 3년 만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55인치 게이밍 모니터에도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PC 제조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받아들였다.

HP·레노버도 올해 프리미엄 노트북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HP는 올해 출시할 예정인 15인치 노트북 '스펙터 X360'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레노버는 15인치 요가북 'C730'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각각 비즈니스용 노트북과 360도로 디스플레이 회전이 가능한 컨버터블 노트북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안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노트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15.6인치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하면서 관련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OLED 디스플레이는 높은 가격 부담과 오랜 시간 같은 화면을 켜두면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 우려 탓에 PC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았다. 윈도 등 운용체계(OS)를 구동하거나 PC 게임을 할 때 장시간 동안 같은 화면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 번인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PC 제조사는 이 같은 우려를 감수하고서라도 OLED 디스플레이 강점을 적극 수용하는데 주목했다. OLED 디스플레이는 자발광 소자가 구현하는 선명한 화질과 뚜렷한 명암비, 블랙 표현이 뛰어나다. 유튜브 등 동영상 감상이나 화려한 화면이 필요한 게임에서 이 같은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OLED 디스플레이를 PC에 원활히 접목한다면 PC 사용 경험을 확대할 수 있다.

◇크기·폼팩터 변화 시도, 프리미엄 모니터도 대거 등장

PC 제조사는 크기를 대폭 키운 프리미엄 모니터도 올해 잇따라 출시한다. 대형 TV에 준하는 크기와 함께 32대9 화면 비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델과 HP는 대형 TV 크기에 준하는 55·65인치급 대화면 모니터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델은 55인치 OLED 화면을 탑재한 '에일리언웨어 55인치 OLED 모니터'를 지난달 1월 열린 CES 2019에서 공개했다. 대형 TV 크기 OLED 디스플레이가 제공하는 탁월한 명암비와 선명한 블랙 표현에 게임플레이에 적합한 120헤르츠(㎐) 주사율과 빠른 반응성을 겸비한 제품이다. TV 같은 크기에 게이밍 모니터 특성을 더했다.

HP가 공개한 '오멘X임페리엄(OMEN X Emperium)'도 대형 화면에 게이밍 모니터가 요구하는 빠른 반응성을 모두 갖췄다. 이 제품은 64.5인치 대형 화면에 1초당 최다 144장까지 화면을 보여주는 144㎐ 주사율을 구현했다.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1인칭슈팅게임(FPS)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49인치 크기에 32대9 화면 비율을 갖춘 모니터를 올해 전략 신제품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커브드 QLED 게이밍 모니터 'CRG9'는 32대9 화면 비율을 넓은 게임 시야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모니터 최고 수준 곡률인 1800R를 적용해 몰입감을 대폭 높였다.

LG전자의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49WL9'은 영상편집이나 차트 분석, 증권거래 등 전문 사무 작업에 최적화됐다. LG전자는 금융회사 업무를 참고해 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형태 모니터를 만들면서도 제품 지향점은 다른 셈이다.

Photo Image
삼성전자 49인치 게이밍 모니터 CRG9
Photo Image
LG 울트라와이드 모니터 49WL9

◇PC 시장 정체에 과감한 시도…프리미엄으로 재편 움직임

PC 제조사가 침체된 세계 PC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PC 시장은 지난해에도 출하량이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지난해 세계 PC 출하량이 2억5940만대로 2017년 대비 1.3% 감소했다고 밝혔고, IDC도 지난해 세계 PC 출하량을 전년보다 0.4% 줄어든 2억5850만대로 집계했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6년 만에 처음으로 출하량이 늘어나며 시장이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대란과 보호무역주의 등 여파로 겹치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반면 게이밍 PC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간다. IDC는 지난해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이 62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게이밍 PC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성장세가 3분기까지 이어졌다.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7% 급감했지만 게이밍 PC 시장은 10.7% 성장했다. 아직 공식 통계는 없지만 게이밍 PC 성장세에 있다는 점은 PC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