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혁신벤처기업인을 만나 약속한 '규제 개혁'의 '키'는 국회가 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벤처·스타트업 기업 숙원인 △개인정보보호 △탄력근로 △차등의결권 보장 세 가지 사안은 민주당이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당내 반발과 지지층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설득하는 작업을 수반해야 한다.

Photo Image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원유'라 불리는 개인정보 규제 완화 관련해 다수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20대 국회 들어 모두 38개 발의됐으나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만 통과됐다. 2017년 국회 문턱을 넘은 심 의원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 강화가 초점이었다.

민주당도 야당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부터 개인정보를 활용한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문 대통령 혁신성장 기조에 반응했다. 당정협의까지 거쳐 이재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약속했다.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통계나 공익적 기록보존, 과학적 연구 목적으로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당내 일부와 시민사회단체 반발로 진전이 없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인수합병(M&A) 활성화도 요구된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털(VC)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지주회사가 VC 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와 M&A를 할 수 있도록 해 혁신벤처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법안이다.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고, 정부도 부정적 입장이다.

벤처투자 소득공제 대상 조정, 투자이익 실현 후 세금 부과 등도 혁신벤처기업계의 숙원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혁신벤처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M&A 활성화와 더불어 세제혜택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전반적인 기업환경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며 “특히 벤처와 대기업간 M&A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 확대도 표류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앞장서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약속했지만 여야 대치로 국회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차등의결권을 보장해달라는 혁신벤처기업의 목소리는 여야 간 입장차가 명확하다. 민주당은 벤처기업에만, 야당은 전체기업에 적용해야 한다고 맞선다. 벤처기업에만 적용한다는 민주당 입장마저도 당내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도 민주당 내 반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애플워치 심전도 측정이 국내에선 불법인 이유다. 카풀 등 승차공유 서비스를 위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의제에서 아예 벗어난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특히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벤처기업이 원하는 규제 완화 대부분은 국회가 법률 개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국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존 업계 반발을 우려해 개정안을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