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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자리가 빈 지 2월 1일로 50일째를 맞았다. 전임 문미옥 보좌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으로 임명된 것이 지난해 12월 14일이다. 어영부영 공석 한 달이 지나는가 싶더니 설 연휴 지나면 두 달을 채울 판이다.

과기보좌관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신설한 차관급 자리다. '범부처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과학기술 발전 전략 담당'이라는 거창한 역할이 과기보좌관에게 부여됐다. 여성 과기인 출신으로서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문미옥 차관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며 초대 과기보좌관을 맡았다.

그런 자리가 후임을 찾지 못하고 50일째 비어 있다. 그 사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도 바뀌었다. 31일에도 신임 비서관 인사가 있었지만 과기보좌관은 빠졌다. 공백 50일이 지난 것을 감안하면 당장 오늘 선임돼도 이상한 것은 없다. 다만 지난 50일이라는 시간이 어찌된 일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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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인선이 늦어진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과기보좌관을 맡을 만한 사람 가운데 청와대 검증 프로세스를 무사 통과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전 보좌관의 후임자 물색은 곧바로 시작됐을 것이다. 후보군도 이미 여럿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후임자를 인선하지 못하는 것은 검증 절차 탓이 클 것이다. 누군가 인사 검증에서 탈락했거나 스스로 고사했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과기계에 그토록 인물이 없는가 하는 고민을 안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초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지명과 사퇴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부실학회 참석, 논문에 자녀 이름 끼워 넣기 등으로 또 한 번 연구윤리 홍역을 치렀다. 과기계에 후임 보좌관을 맡을 인물이 없어 공백이 장기화됐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하나는 청와대가 과기보좌관을 비롯한 과학기술 관심도가 낮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시급하다' '과학기술 르네상스 시대를 열자' 등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이 분야 육성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은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니 과기보좌관 역시 천천히 임명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정치 공세 논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으니 좀 비워 둬도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상징적으로 신설한 자리인데 설마 아니겠거니 하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시나리오다.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나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도 있다. 차제에 과기보좌관실 조직 개편,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다.

과기보좌관이 신설됐지만 부족한 지원 조직, '수석'과는 다른 '보좌관' 직제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끊이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일부 정책 업무를 놓고는 경제수석실과 명확한 교통 정리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청와대가 후임 과기보좌관을 인선하는 기회에 조직 부문도 함께 고민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그동안 안팎에서 수차례 검토가 있었지만 조직 비대화라는 벽에 부닥쳐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다.


어느 시나리오가 '팩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기보좌관 공석 상태가 더 길어져서는 곤란하다. 상황이 지속될수록 여러 추측이 나오고,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진다. 지난 50일 공백을 신속히 메울 과기보좌관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