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입지 선정을 놓고 용인, 이천, 청주, 구미, 천안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10년 동안 120조원이 투자되는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장비, 소재, 부품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1만명에 이른다. 경제 효과가 엄청나다 보니 지자체뿐만 아니라 시의원, 국회의원까지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가 경제 논리 아닌 정치 논리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과 비슷하게 국토균형발전과 같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압박이 심해지자 기업인이 정치 논리는 안 된다며 읍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식이면 반도체 클러스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클러스터는 왜 추진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클러스터는 반도체 강국 경쟁력을 이어 가기 위한 전략으로 기획됐다. 중국 '반도체 굴기' 위협을 타개하고 초격차를 유지하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일본이 앞선 장비·소재 등 후방산업에서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도 추진 배경이다. 하나같이 경제 효과를 보고 출발한 프로젝트다. 클러스터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공식도 바로 이런 경제 논리를 따르는 것이다.

클러스터 입지 역시 입주 기업이 얼마나 협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인가, 우수 인재 유치에 효과적인 곳인가, 물류에서도 유리한 입지인가 등 경제성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에 추진하는 클러스터는 반도체 공장만 덩그러니 있는 개념이 아니다. 장비, 소재 등 협력사도 함께 입주해서 상생 발전하는 모델이다. 이들 중소 협력사가 이미 터전을 잡은 곳에서 멀리 떨어지면 성공할 수 없다. 지자체나 정치권 잇속 챙기기 때문에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이 추락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