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와 여당 원내대표가 30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를 나란히 방문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를 찾아 우리 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에 이은 당정의 산업 현장 행보다.

이날 이낙연 총리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각각 둘러보고 회사 관계자로부터 현안을 청취했다. 이 총리는 이보다 앞선 10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들렀다.

대통령에 이어 총리와 여당 원내지도부가 산업 현장을 찾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기업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늦은 감도 있지만 재계와의 소통 확대 노력이 반갑다.

문 대통령은 융합 전시회장에서 한 대기업 제품에 “거의 상상의 끝까지 갔다”며 극찬했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 참가한 기업 성과를 놓고 '혁신 한국'의 저력을 증명했다며 격려했다. 기업인 얘기를 귀담아 듣고 응원했다.

관건은 이후 정부의 정책 반영과 집행이다. 기업인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 야당 의원은 “이번 정부는 아무리 얘기해도 좀처럼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15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대기업이 한국 경제 흐름과 전환을 이끌었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확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던 문 대통령이다. 불과 일주일 뒤인 23일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일본 중소기업의 노벨상 소식이 전해질 때 우리는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 사례를 들어야 했다며 대기업을 기술 탈취의 흔한 사례로 꼽은 것도 문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당정의 잇따른 산업·경제 행보가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이 생기는 이유다. 최근 현장 방문이 재계와의 소통이라는 숙제 해소를 위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