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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 건넌 귤은 탱자가 된다

발행일2019.01.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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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주도의 QR코드 간편결제가 또다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금정추)가 추진하는 '모바일 현금IC 카드'다. 제로페이처럼 QR코드,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가 이뤄진다.

차이점은 있다. 제로페이가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0%를 표방한다면 금정추 사업은 현금 집적회로(IC) 카드 활성화에 주력한다. 간편결제보다는 자동화기기(CD/ATM)에서의 현금 입·출금이 가능한 뱅킹 서비스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문제는 시장에 얼마나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느냐다. 소비자 입장에선 결제 방식에서 제로페이와의 차별점을 느끼기 어렵다. 눈에 띄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현금 IC카드를 스마트폰에 이식했다는 설명만으론 부족하다.

애초에 현금IC 카드 사용률 자체도 미진하다. 2012년 12월부터 추진한 현금IC 카드 이용 건수 및 이용 금액은 신용카드의 0.05% 수준(2017년)에 그친다. 가맹점 수가 적은 데다 이용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를 QR 결제로 촉진시킨다는 것은 오산이다.

QR 결제가 가장 진화된 결제 방식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 정서에는 맞지 않다. 결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카드는 가맹점에서 알아서 계산해 준다. 반면에 QR 결제 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스캔하고 본인 인증 후 금액까지 입력해야 한다. 제로페이조차 이런 문제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제로페이, 모바일 현금IC 카드 등의 사업이 기관의 생색 내기 용도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아무리 같은 서비스라 해도 환경에 따라 변질될 수 있다.

현금 IC카드도 금융위원회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따른 금정추 사업으로 도입된 점을 돌아봐야한다. 만약 시장 수요에 의해 은행이 기획한 상품이라면 프로모션과 인센티브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을지 모른다. 이번 사업도 기관 성과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비자 편의성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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