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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면 재미삼아 신년 운세를 뒤적인다. 딱히 믿지 않지만 앞날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미래는 시장이고 돈이다. 먼저 본다면 그만큼 기회가 많아진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가 북적이는 배경이다. CES는 차세대 기술 경연장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막막한 시장 상황 탓일까. 전시 규모와 참관객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관심은 역시 현장을 달군 미래 기술이다. 롤러블TV, 폴더블폰, 걸어 다니는 자동차, 로봇 팔, 인공지능(AI) 플랫폼까지 선보였다. 모두 우리 삶을 바꿀 간판 제품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사실 전시 기간에 주목한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우버'와 '리프트'다.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차량 공유기업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우버 천국'으로 불린다. '우버는 어디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반적이다. 각 나라에서 수십만 명이 몰리는 CES 현장은 우버에 노다지와 같은 비즈니스 공간이다. 다른 기업이 전시장 쇼룸에서 우아하게 기술이 뽐낼 때 시쳇말로 종횡무진 거리를 누비며 돈을 쓸어 모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승자'라는 외신 보도가 빈말이 아니다.

우버 경쟁력은 무엇일까. 승객과 운전자를 실시간으로 이어주는 강력한 플랫폼 모델, 앱 하나로 간편하게 이동수단을 부르고 결제하는 편리함, 빈차를 활용해 운전자에게 수익을 주는 경제적 효율성, '강제배차'와 같은 운행기록을 활용한 양질 서비스 등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타당한 이유지만 진짜 경쟁력은 따로 있다. 바로 '데이터'다. 운행 현황은 물론 평점과 이용 정보를 포함한 고객과 차량의 운행 관련한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축적된다.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앱 사용시간을 높이며 승객과 운전자 편의성을 높여 준다. 핀테크와 자율주행 같은 기술 업데이트와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까지 만들어 준다. 시장조사기관이 경기 불황에도 연평균 성장률 30%를 확신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넥스트 스마트폰 시대'가 최대 관심사다. 스마트폰 다음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 지 촉각이 곤두서 있다.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승자와 패자도 갈렸다. 메인프레임을 시작으로 미니컴퓨터·워크스테이션·퍼스널컴퓨터(PC)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은 바통을 이어 받으며 거침없이 달려 왔다. 정작 스마트폰을 이을 기술과 제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물인터넷(IoT)에서 클라우드, AI, 로봇, 블록체인까지 쟁쟁한 주자가 많지만 예측이 쉽지 않다.

패러다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봐야 한다. 바로 사람 중심으로 기술이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컴퓨터로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졌고 덕분에 수많은 데이터가 쌓였다. 데이터가 있으면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데이터의 힘이다. 시장을 확신할 만큼 데이터 시대는 성큼 다가왔다. 우버가 이미 현장에서 보여주었다. 우버는 올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다. 기업가치 140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 30조원인 현대자동차 5배에 이른다. 다임러 60조원, BMW 53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신출내기 기업이 100년 역사의 전통 자동차기업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CES에 소개된 기술이 먼 미래라면 우버는 당장 눈앞에 미래다. 스마트폰 다음은 '나 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가 결국 차세대 승부처다.


전자/산업 정책 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