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망 공사비 세액 공제를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 입장이 갈리고 있다. 과기부는 망 구축을 위해 공사비 등 부대비용을 세액공제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기재부는 대기업 추가 혜택 성격이 짙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5G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정했다. 지금보다 최대 3배 늘려 투자액 3%까지 공제해 줄 계획이다.

논란의 발단은 통신 공사 업체가 추진하는 공사비 포함 여부다. 기재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법 시행령에서는 공사비가 빠져 있다. 중복 혜택 성격이 농후하다는 점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재부 판단이 잘못됐다. 투자비 가운데 장비 구입비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은 지나친 탁상행정이다. 게다가 이미 국세청은 설비투자자금 범위에 공사비가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행법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5G 투자비 세액을 감면해 주겠다는 방침은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로서 정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5G 망 투자는 대기업이 하지만 실제 중소업체가 도맡아 이를 진행한다. 통신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 대부분은 영세하다. 전체 공사 업체의 약 97%가 중소기업이며, 최근 3년 동안 설비투자 축소로 실적과 고용이 크게 줄었다. 현행 기재부 주장대로라면 정작 세제 혜택이 필요한 중소업체는 비껴간 채 자칫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

기재부는 5G 투자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법 제정 당시에도 세수 감소와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기재부가 우려한 대기업 특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입장이기보다는 행정 편의로 흐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세금 감면은 기재부 권한도 아닐 뿐만 아니라 선심성으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성과를 올려야 하는 게 정책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