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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의료용 소프트웨어(SW) 허가 패러다임이 바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주도로 제품이 아닌 기업 인증으로 전환, 규제 혁신이 시도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물론 시장 진출을 노리는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까지 진입장벽이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최근 의료용 SW 사전 인증 프로그램 운영 모델 1.0 버전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첫 운영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약 10개월 만에 완성된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사전 인증 프로그램은 의료용 SW(SaMD)를 대상으로 개별 제품이 아닌 개발 기업을 인증한다. 기업 인증을 통과하면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거나 간소화시킨 절차로 제품을 허가한다.

첫 공개한 운영 모델은 개발에서부터 유지보수까지 SW를 평가하고, 조직 우수성 입증에 초점을 맞춘다. 제품 전 주기에 걸쳐 고품질 SW를 개발, 검증, 관리하는 조직 역량을 평가해서 제품 신뢰성을 확보한다.

평가 기준은 △제품 질 △환자 안전 △임상 책임 △사이버보안 책임 △예방 문화 등 다섯 가지다. 평가 항목은 △탁월성 평가 △제품 요구사항 정의 △제품 안정성·유효성 보장 △제품·조직 지속성 등을 제시했다. 평가 대상은 의료용 SW 가운데 저·중등도 의료기기 심사 등급(De Novo) 제품이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FDA 사전 인증 제도는 업데이트 주기가 긴 SW 특성을 고려해서 제품이 아닌 기업에 인증을 부여, 시장 진입을 빠르게 하는 자율 규제 방식”이라면서 “단순히 정보 제공, 분석을 넘어 측정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보수성이 가장 짙은 FDA가 첨단 기기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면서 각국의 규제기관과 기업들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의료용 SW 허가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FDA 운영 지침이 사실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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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퇴원 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산업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의료 분야 빅데이터, AI 솔루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실제 임상 적용에 필요한 인허가 제도 마련도 분주해졌다. 제도 미비, 규제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가 사전 인증 제도로 시장 진입에 날개를 단다.

글로벌 IT 공룡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 장벽도 낮아진다. FDA 사전 인증 프로그램 시범 사업에 참여한 삼성전자와 애플이 대표 사례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기기에 건강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 데이터 확보와 연관 서비스 제공에 전력을 쏟는다. 개별 앱에 FDA 허가를 받는 것은 가장 큰 부담이다. 사전 인증제도가 정착되면 시장 진입을 앞당긴다.

삼성전자는 2012년 개발한 건강관리 앱 'S헬스'와 2013년 '갤럭시 기어'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노린다. 지난해 기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10여곳에 투자하면서 모바일 기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애플 역시 채혈 없이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기술과 심장박동 측정으로 부정맥을 예측하는 솔루션까지 개발하고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헬스키트'도 스마트폰에 내장한다.


송 회장은 “전통의 디지털헬스 업계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애플 등도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촉진할 것”이라면서 “유효성·신뢰성 검증 프로세스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단일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기존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 업체와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