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직속 자문 조직을 거쳐 마련된 블록체인 기술영향평가 결과가 각 담당 부처로 넘어갔다. 암호화폐 투기 우려 등으로 가이드라인 등 제도 마련에 미적지근하던 정부 부처에서도 정책 수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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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블록체인 기술 관련 부처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블록체인 기술 관련 '2018년 기술영향평가' 결과를 통보받았다. 기술영향평가는 정책 반영을 위해 과학기술 발전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술영향평가 대상으로 선정된 블록체인 기술은 의견 수렴 등을 마치고 12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 보고로 완료됐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부처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 확산을 비롯해 법·제도 정비, 사회 혼란 방지 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기술영향평가 결과를 소관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연구 기획에 반영하거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2017년 기술영향평가 과제로 선정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은 과기정통부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서 규제 개선과 제도 마련, 사회적 합의 등을 담당하는 형태로 정책이 추진됐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관계 부처가 안전성 등 위험 때문에 돼지 장기이식 같은 이종장기 임상시험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의원 입법 발의가 진행된 것처럼 블록체인 분야도 미진하지만 제도화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하루 빨리 암호화폐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 도입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기술 발전 전략'을 내놓는 등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반면에 법·제도 도입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대비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여타 부처에서는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반 계약 및 거래 관련법 근거를 확립하는 것과 블록체인에 대한 보상인 암호화폐를 엄밀하게 나누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회에 발의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법안에서도 이런 고민이 여실히 묻어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2건,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 암호화폐 거래에 관한 법률안, 디지털 자산 거래 진흥법안 등은 블록체인보다 암호화폐에 집중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아닌 블록체인 산업 진흥 자체에 주목하는 블록체인산업진흥법안 등은 아직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 등이 산업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기반 없이는 분쟁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서 “암호화폐에 가려서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 진흥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