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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이 이르면 이달 이란 원화 결제 계좌 운용을 재개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이 받지 못한 이란 수출 대금을 정산하고 이란 원화 결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떠오르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란에 수출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안에 이란 원화 결제 업무를 재개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안에 이란 원화 결제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면서 “수출을 완료하고 대금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도 원화 결제 서비스의 본격 재개 시점을 타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수출환 어음 매입·추심 등 신용장 방식을 제외한 부문에 대한 송금을 허용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이란 제재) 추이를 지켜본 뒤 (이란 원화 결제 서비스)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은행이 미국의 이란 2단계 제재 복원 소식과 함께 이란 원화 결제 계좌 운용을 중단하면서 이란 수출입 대금을 지불받을 방법이 없어졌다. 지난해 11월에 미국이 이란 2단계 제재 복원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8개국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면서 국내 기업은 이란 원화 결제 계좌 운용 재개를 기대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은 미국 재무부에서 발표한 품목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원화 결제 계좌 운용을 곧바로 재개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에서는 이에 대해 국내은행이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복원되면서 수출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서 “(이란 원화 결제 계좌 운용이 중단된) 지난해 10월부터는 아예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업체 피해도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이란 수출액은 22억9425만9000달러로 2017년 40억2106만1000달러 대비 19억2680만8000달러(42.9%) 감소했다. 이란 원화 결제 계좌 운용이 중단된 4분기에는 전년 대비 53.8%나 떨어졌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고위 관계자까지 나서서 이란 현지 은행을 통한 원화 할당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나서 줄 것을 건의했다. 이달에는 LG전자가 4분기 실적 악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란 사업 중단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란 시장은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2016년부터 국내 기업이 잇따라 주목한 시장이다. 인구가 8200만명으로 풍부한 잠재 소비자를 다수 보유했고, 그동안 경제 제재로 시장이 열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장 성장 가능성이 짙다고 봤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 기업은 이란 현지에서 조직을 갖추고 프리미엄 가전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 은행이 이란 원화 결제 계좌를 일부 재개하면서 꽉 막혀 있던 국내 기업의 이란 사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완전 회복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은행 결제 업무와 함께 선적·운송·보험 등 수출 관련 업무도 정상화돼야 하는 만큼 추후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은행 결제 업무가 해결되더라도 선적, 운송, 보험 등 연관 업무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