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온통 뿌옇다. 최악의 대기 질이다. 날씨가 좀 푸근해지는가 싶더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한국환경공단은 14일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이라며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이날 기상청도 “13일에 이은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데다 국외 미세먼지까지 유입돼 전국에 걸쳐 농도가 높다”고 밝혔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13일에 이어 14일에도 전국 10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미세먼지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바깥 활동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까지 유발, 불안감이 높아졌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5315건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와 가장 극심한 13일에도 새로 80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미세먼지 심각성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기껏 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하고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일부 경유 차량 운행 제한, 차량 2부제 같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서는 원인 파악이 우선이다. 차량 배기가스, 석탄 화력발전, 공장 매연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중국이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조사 실시는 감감 무소식이다. 이미 환경 단체에서 거대한 미세먼지 기단이 중국에서 몰려온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지만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에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중 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차례 정상회담에서 이를 놓고 논의했다는 발표는 없다. 오히려 중국이 “서울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실정이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서도 중국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국이 비협조로 나온다면 국제 사회 도움을 받아서라도 사실 확인에 나서야 한다.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래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