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비, 아리아, 알렉사. 누구 이름일까. 우리 주변에 점차 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부르는 이름이다. 이들은 날씨, 주가, 스포츠 경기 결과, 음악 감상, 사전, 쇼핑 등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음성 명령으로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돕는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세 번째 산업혁명은 사회 변화는 물론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네 번째 산업혁명은 요란하기만 하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을 특성으로 하고 있어서 부지불식간 정보 접근 및 활용에 익숙한 사람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현상은 가속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승자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와 현 정부의 혁신 성장이라는 경제 정책 핵심 도구는 누가 뭐라 해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매년 국가별 ICT 경쟁력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2년 연속 종합평가 세계 1위를 받았다.

이에 반해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준비도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25위로, 특히 고용·법체계 등에서 하위권 점수를 받았다. 디지털 강국으로 수많은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던 우리나라가 왜 4차 산업혁명 준비도에서는 OECD 국가 가운데 하위권 성적에 머무르게 됐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우버, 페이스북,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매치 메이커의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생태계와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 생활에 확산되고 있음에도 우리 기업 구조는 아직 하드웨어(HW) 기반 제조업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본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 기반 생태계도 길러 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세계 기업 자산 순위를 보면 애플(1위), 알파벳(구글, 2위), 마이크로소프트(3위), 버크셔헤서웨이(4위), 아마존(5위), 페이스북(6위) 등 대부분이 인터넷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신경제 시스템에 먼저 대응한 기업이었다.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역시 플랫폼과 AI 기술로 미국과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멋있고 튼튼한 건물 기초공사 같은 플랫폼을 잘 만들고 운영하지 않으면 그 건물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산업 분야는 각 플랫폼에 빅데이터를 수집해 AI 기술을 활용해야만 효율성과 혁신성을 확보,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중국 성장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과감한 관련 분야 투자와 이를 개발하고 운영할 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논문 피인용도는 OECD 국가 가운데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학술 연구 분야 투자자본수익률(ROI)을 높일 방법도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국내 최대인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로 아시아대양주정보산업기구(ASOCIO)가 주관한 2018 디지털 정부 어워드 공공 부문 대상을 받았다. RISS는 그동안 축적한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자와 연구 논문 간 관계도를 분석한 스칼러 애널리틱스 맵(SAM)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적용해 연구자 지원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RISS 기반으로 국내외 학술 연구 관련 데이터를 통합 연계하고 기계학습, 자연어처리 등 AI 기술을 활용해 연구 동향 및 방향을 예측한다면 효율 높은 R&D로 ROI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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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학술정보본부장 shjang@ker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