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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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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애플이 절체절명 위기에 직면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경영 악화를 우려, 이례적으로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협상 카드로 애플이 거론되면서 악재도 겹쳤다. 전문가는 과거 아이폰 결함 등으로 불거진 위기 사례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라고 분석했다.

◇중국서 안 팔리고 유럽서 판매 금지까지

애플은 2018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840억달러(약 93조8196억)로 당초 예상보다 5~9% 하향 조정했다. 882억9000만달러(약 98조6111억) 매출을 달성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줄어든 수치로 애플이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한 건 15년 만에 처음이다.

팀 쿡은 매출 감소 요인으로 '신흥 시장 약세'를 지목했다. 그는 “일부 신흥 시장에서 경제적 약세를 예상했지만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아이폰 업그레이드 구매가 예측보다 적었고 결국 잠정 매출을 하향 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팀 쿡은 또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이 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했다. 전년 대비 글로벌 매출 감소의 100% 이상이 오롯이 중국에서 발생했다며 중국 경제 환경은 미국과의 무역 긴장감이 날카로워지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수축이 눈에 띄게 급격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애플 위기'는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중국 매체는 애플이 혁신 부족을 중국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역공했다.

지난달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 정부 요청에 의해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도 애플 실적 악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중국 기업은 '아이폰 불매운동'에 동참, 사상 최악의 반(反) 애플 정서를 확산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장기화하면서 애플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유럽에선 아이폰7·아이폰8 시리즈가 판매 중단됐다. 독일 뮌헨 법원은 애플이 퀄컴 '엔벨롭 트래킹'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 독일 내 아이폰 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현재 애플 독일 홈페이지와 애플스토어에서 판매채널은 삭제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 불공정거래 행위를 집중 조사하면서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XS(텐에스)·아이폰XR(텐아르) 출시 첫 달 일평균 판매량이 2만대를 하회할 만큼 부진했다.

◇'기술 선도→기술 느림보' 이미지 전락

세계 스마트폰 시장 포문을 연 애플이 팀 쿡 CEO 체제로 전환하면서 '변화·혁신'보다는 '안정'에 주안점을 둔 것이 예상 밖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2007년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폰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다. 독자 운용체계인 iOS로 애플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문인식센서를 아이폰에 탑재하며 생체인식 생태계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애플은 이전에 없던 신기술을 아이폰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제조사가 구현한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이폰6 시리즈 이후 애플을 대표할 만한 선도 기술을 거론하기 어려울 만큼 '느림보 전략'을 이어왔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화웨이, 오포 등이 폴더블폰·5세대(5G) 스마트폰 물밑 경쟁을 시작했음에도 애플은 차세대 스마트폰 전략 부재라 현재 위기가 미래 위기로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애플은 내년 이후 폴더블폰·5G 스마트폰을 선보일 거란 관측이다.

◇감각 없는 '아이폰 가격' 전략

네덜란드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텔레콤컴퍼니는 “애플을 살펴보면 아이폰 가격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팀 쿡이 신흥 시장 약세를 실적 악화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지만 애당초 신흥 시장에서 승부를 걸 만한 전략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애플은 아이폰XS 맥스 최고가를 198만원으로 책정, 역대 아이폰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이폰XR 최저가는 99만원으로 책정, 중저가폰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꾀했다.

애플은 당초 프리미엄(아이폰XS 시리즈)과 보급형(아이폰XR) 라인업으로 구분해 국가별 시장을 세분화, 대응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시장에선 온도차가 극명했다. 아이폰XR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대로 책정됐기 때문에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을 공략할 현실적인 카드는 전무했다는 분석이다.


폰아레나는 “아이폰XR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중국 제조사가 출시한 저가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갖추고 있다”면서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던 애플은 현재 7030억 달러 가치로,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보다 저조한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