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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제2의 BMW 사태' 예방하려면

발행일2019.01.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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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은 일종의 소비자를 위한 '사후 서비스'다. 국내에서 자동차가 출시되려면 과거에는 '형식 승인'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작사 스스로 제작 결함 검사를 실시한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차량을 판매한다. 이 제도가 '자기 인증'이다. 자기인증제도를 도입한 이후 자동차 제작사는 적시에 소비자가 원하는 자동차를 출고하는 등 긍정 효과를 봤다.

BMW 차량 화재로 발단이 된 자동차 제작 결함 시정(리콜)에 대한 제작사와 소비자 간 뜨거운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전문가 평가단을 구성해 수개월 동안 사실관계를 확인한 끝에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경악할 만한 일대 충격은 BMW 측이 사고 원인을 알고도 고의로 은폐하고, 리콜도 지연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징벌 차원에서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BMW 측이 정부 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소송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소송 결과가 정부가 희망하는 대로 이뤄질지는 현재 예측하기 어렵다.

소송의 출발은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고, 이를 어떻게 객관화해서 입증하는가에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제작사 간에는 '정보 비대칭'이라는 문제가 있다. 제작사는 자동차의 설계·제작·품질 등 정보를 거의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출고 이후 자동차정비센터 정비 자료 등 사후 정보도 있다. 반면에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한시 성격의 임시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제한된 인력으로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제2의 BMW 사태' 예방을 위해서라도 전문 검증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미국의 경우 연방도로안전청(NHTSA) 산하에 전담 상설 기구를 두고 제작사로부터 자동차 리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 이를 정밀 분석한 후 강제 리콜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BMW 사태처럼 회사 조직 차원의 은폐와 리콜 지연을 하면 징벌 차원에서 대량 리콜과 벌금 부과도 불사한다. 대표 사례로 '죽음의 에어백'을 생산한 세계 2위의 다카타 부품업체는 대량 리콜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이처럼 미국 NHTSA는 과학 분석 체계는 물론 전담 변호사 고용 등으로 민·형사 법률 대응 체계를 갖췄기에 자동차 제작사와 부품사는 NHTSA의 리콜 권고 또는 강제 리콜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현재 국회에 묶여 있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차량 사고 발생 원인을 제작사 스스로 규명하도록 해 약자 위치에 있는 소비자를 보호하도록 언급돼 있다. 제작사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옅어 보이지만 설령 이를 수용해도 제작사 입장에서 유리한 조사 결과를 제시할 경우 모호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현재와 같이 정보 비대칭으로 입증 능력이 부족한 정부가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 자칫 '면죄부'(?)를 주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작사가 수긍하기 어려운 객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강제 리콜을 명령할 경우 제작사의 반발 또는 소송 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서 실효성 없는 제도 마련 이전에 정부가 제작사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선 조직 강화, 후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기인증제도 도입을 요구해 온 제작사도 도입 취지를 이해하고 스스로 자발 리콜을 시행해야 한다. 비록 제작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해 출고한 차량이지만 제작 결함은 사후에 확인할 수 있다. 즉각 리콜은 피할 수 없는 의무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제작사가 맘만 먹으면 품질 관리 과정, 무상 수리 과정 등에서 구축된 자료를 바탕으로 조기 리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학 차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영업수익률을 중시하는 경영 관점에선 이를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미리 리콜을 하면 회사 이미지 저하 등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예방에 드는 비용은 교통사고에 따른 경제·사회 비용과 비교하면 적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도 경제·사회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차원에서 조기 리콜을 자발 시행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 마련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근과 채찍'은 정책 효과 극대화에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 skhwang@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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