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가 국가핵심기술 재지정을 놓고 양분됐다. 그동안 국가핵심기술에 빠져 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모듈 기술을 포함하는 방안이 제안됐기 때문이다. 장비 업계는 수출길을 막는 강력한 규제라며 펄쩍 뛰었다. 반면에 국가정보원과 패널 제조사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OLED 장비까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빚은 톱텍 OLED 핵심 기술 유출 논란 때문이다. 톱텍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국내 패널 제조사와 함께 개발한 기술을 중국에다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OLED에서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BOE는 최근 잇따라 OLED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OLED 부문에서도 최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온 OLED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국가핵심기술 관리 강화로 귀결되는 형국이다.

국익 차원에서 패널사와 장비업계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패널사 주장처럼 만에 하나 OLED장비 수출로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된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몰락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OLED 장비 수출을 막아서면 한국 장비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 수 있다. 이미 중국이 한국보다 디스플레이 투자에서 앞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쪽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타협점이 필요하다. 핵심 기술 유출도 막으면서 수출 규제도 최소화하는 솔로몬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일본, 미국 등 해외 기업 사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널과 장비업계로 양분된 기업 이익에 기댄 주장을 배제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