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상황도 눈보라에 휩쓸려 있다. 적신호가 켜진 경제 지표는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엄동설한을 녹일 희소식이 수출에서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28일 오전 11시 12분 현재 잠정 집계 결과 연간 누계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래 70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2011년 수출 5000억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지금까지 6000억달러 수출을 이룬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등 7개국뿐이다. 다시 한 번 수출 강국의 면모를 보여 줬다.

수출은 대한민국 미래다. 6000억달러 달성이 상징으로 보여 줬다. 국토도 크지 않고 인구도 적은 우리 입장에서는 소규모 개방 경제가 정답이다. 수출은 경제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안 좋더라도 그나마 수출이 버텨 줘서 성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수출은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일단 제품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세계 경기도 중요하다. 미국, 유럽, 중국 같은 주요 수출국 상황이 좋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낌없는 정책 지원이다. 6000억달러 달성은 결국 수출을 위한 안팎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국무역협회가 938개 수출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새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가 93.1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음을 뜻한다. 100 밑으로 내려가기는 2017년 1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세계무대에서 경쟁이 극심해지고, 주요 선진국 경쟁률도 둔화하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교역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 각오를 다지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야 한다. 수출이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