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반도체 패키지 사업에 힘을 실어 주목된다. 회사의 자원을 패키지 사업에 집중해 새해 본격 성장궤도에 올릴 태세다.

삼성전기는 올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 2명, 전무 3명, 상무 8명 등 총 15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회사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에 따라 각 분야 최고의 전문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우수 인재들을 승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인사에서 눈에 띄는 건 반도체 패키지 사업을 하는 'PLP솔루션사업팀'에서 임원 승진자가 대거 배출됐다는 점이다. PLP솔루션사업팀장을 맡은 강사윤 전무가 부사장으로, PLP솔루션사업팀 개발팀장인 조태제 상무가 전무로, PLP솔루션사업팀 지원팀장인 허영식 수석이 상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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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윤 삼성전기 부사장

삼성전기 전체 임원 승진자 중 PLP솔루션사업팀이 차지한 비중은 20%다. 수치상으로는 비중이 높지 않다. 다소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삼성전기는 3대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로 대표되는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 카메라 모듈을 만드는 모듈솔루션사업부, 인쇄회로기판(PCB)을 담당하는 기판솔루션사업부가 그것이다. 각 사업부 수장은 부사장이 맡고 있다.

PLP는 '사업부'보다 규모가 작은 '사업팀'임에도 이번에 부사장을 배출했다. 강사윤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PLP솔루션사업팀이 다른 사업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실적 측면에서 보면 더 파격적이다. 삼성전기는 2016년 PLP에 진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공장을 짓고 올해 6월 삼성전자 '갤럭시워치'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패키지를 삼성전기가 맡은 것이 의미 있는 성과였다. 때문에 PLP 사업은 아직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 그럼에도 삼성전기가 인사에서 힘을 실은 건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가치를 높게 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이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 PLP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윤태 사장은 PLP솔루션사업팀을 CEO 직속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부품 전문 회사인 삼성전기가 PLP라는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이 사장은 삼성전자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팬아웃레벨패키지(FO-PLP)'라고 불리는 생산성 높은 기술을 상용화했다. 팬아웃은 입출력(I/O) 단자 배선을 반도체칩(Die) 바깥으로 빼내 I/O를 늘리는 걸 뜻하고, PLP는 웨이퍼에서 잘라낸 칩을 사각형 패널에서 패키징하는 기술이다. 삼성전기는 경쟁사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지만 생산성을 높인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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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기는 내년 스마트폰 AP 패키지를 수주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치용 AP보다 수준이 높은 스마트폰용 AP 패키지를 맡아야 사업을 본격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웨이퍼레벨패키지(WLP)'라고 불리는 반도체 패키지 기술로 애플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0년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에 들어갈 AP를 PLP로 패키징하는 것이 목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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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P와 WLP의 기술 비교. WLP는 동그란 웨이퍼를 기반으로 작업해 버리는 영역이 15% 정도 된다. 이에 비해 네모난 판을 사용하는 PLP는 버리는 영역이 적어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