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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

정부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반도체 산업 초격차 전략을 전격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입, 반도체 굴기를 외치는 중국에 추격을 허용치 않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소자기업뿐 아니라 뿌리가 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함께 지원해 생태계 전반 경쟁력도 끌어올린다. 대기업·중소·중견기업까지 아우르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으로 중국 등 반도체 후발주자를 정조준했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 전략 일환으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부문에 10년간 1500억달러(약 170조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막대한 자금력은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기술 개발, 장비 구매,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까지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장비 기업과 인수합병을 시도하거나, 고급 기술·연구인력을 유출하는 등 거세게 추격해왔다”면서 “최근 미중 무역 갈등으로 다소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결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소자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망(서플라이체인)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함께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2028년까지 총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팹 4개와 50여개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하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이 공장을 설립하면 인접한 곳에 중소 협력사가 자리를 잡지만,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설계 단계부터 협력사가 함께 참여한다.

차세대 반도체 팹뿐 아니라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협력사 생산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린다.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인력 양성, 제품 시험·인증 등 인프라까지 통합 지원한다.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부품·소재·장비 공급업체가 협력해 빠르게 기술개발·제품화에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 혁신만으론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거대한 시장과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공세에 맞서려면 정부,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이 똘똘 뭉쳐 생태계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부품·소재·장비 협력사 경쟁력 강화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 소재 장비 강국과 경쟁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태계 뿌리를 이루는 부품·소재·장비는 외산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국산화로 산업 파급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정부·기업 연계로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각 산업 주체가 힘을 모아야 이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부품·소재·장비 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경제·고용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