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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합산규제가 당시 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던 당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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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합산규제가 당시 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던 당시의 모습

IPTV 사업자의 케이블TV 사업자 인수합병(M&A)이 임박한 가운데 6월 일몰된 합산규제 재도입이 거론되는 등 연말 유료방송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M&A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실현을 위한 기업 전략 중 하나다. 비교 열위를 해소하는 경영 전략으로도 유효하다.

케이블TV 출구 전략을 감안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M&A는 필연적으로 구체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따라 시점과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딜라이브 인수설이 거론되는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합한 시장점유율이 30.86%로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사실상 M&A가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입자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 M&A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합산규제가 일몰된 현 상황에서 이론상으론 3~4개 케이블TV 인수가 가능하다.

KT스카이라이프와 딜라이브 간 M&A는 유료방송 시장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료방송 M&A 최대 변수로 작용할 합산규제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재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KT를 향한 규제

위성방송은 2000년 도입 추진 당시 컨소시엄(한국디지털위성방송, KDB) 형태로 진입, 특정사 소유가 아니었다. 여기에 신규 매체인 점을 감안, 시장점유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2010년 KT가 스카이라이프 지분을 32.1%로 높여 KT그룹사로 편입시키면서 합산규제 논의가 시작됐다. 케이블TV를 비롯한 경쟁사는 위성방송 규제 미적용으로 KT가 유료방송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 도입된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IPTV에만 각각 적용하던 33% 규제를 위성을 포함하는 전체 유료방송 기준으로 재편했다. 플랫폼에 상관없이 특수관계에 있는 유료방송 사업자 가입자 점유율 합이 전체 시장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특수관계는 자회사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다. 사실상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겨냥한 제도다. KT는 당시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지만 국회는 3년 일몰을 전제로 법안을 통과(2015년 3월)시켰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들은 3년간 추이를 치켜본 후 일몰 이후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제도가 일몰되기까지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 일몰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규제 재도입을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지는 이유다.

◇3년 성과 평가 극과 극

합산규제 도입 후 KT·KT스카이라이프 시장점유율은 2015년 29.6%에서 2017년 30.7%로 1.1%포인트(P)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3년(27.2%)에서 2015년(29.6%)까지 2.4%P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반으로 꺾였다.

그러나 가입자 증가폭 둔화는 KT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업계 전반적인 현상이다. 즉 가입자 증가폭을 두고 합산규제가 KT 시장지배력 규제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3년간 합산규제가 거둔 성과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케이블TV를 비롯해 합산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진영은 “규제 폐지는 규제 도입 당시 목적(KT 독주 견제)이 해소되었을 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KT가 유료방송 시장 절대 1위이며 여전히 시장지배력이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KT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41.3%(2017년 상반기)로 10년 전(44.3%)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규제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다.

KT는 합산규제는 궁극적으로 케이블TV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지난 3년간 케이블TV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만 이득을 보면서 제도 도입 취지와는 어긋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반시장적 규제는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모적 논쟁 아닌 합리적 결론 도출해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새해 1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협의하기로 했다. 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KT를 비롯해 M&A를 추진하려는 통신사업자는 국회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국회 결론 이전에 M&A를 추진한다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년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여전히 합산규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 과방위도 쉽게 결론을 내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역시 케이블TV 인수 가능성이 높다. 합산규제 필요성을 외치지만 3년 전과는 온도 차이가 난다. 케이블TV 역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합산규제를 마냥 반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소모적 논쟁은 그만 두고 규제영향평가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3년간 규제가 시장에 미친 영향, 소비자 이익 저해 여부 등을 평가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간 관계, 정치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합산규제를 도입할 당시 경쟁 활성화, 소비자 이익 등 목적을 달성했는지 수치로 충분히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제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향후 정책은 산업간 반목이 아닌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차제에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지, 시기를 연장할지 국회 결정만 남았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