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KAIST 총장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KAIST 동문회와 과학기술 단체가 직무정지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KAIST 교수 200여명을 포함한 과학기술계 인사 700여명이 총장 직무정지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KAIST 교수회도 교수 630여명 전원에게 성명서 초안을 회람하고 있으며, 13일께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14일 이사회를 앞두고 신 총장 구명운동이 과학계 전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논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당시 비리 의혹에 연루돼 횡령과 배임 행위가 짙다”며 이사회에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한 게 발단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사실이 속속 공개되면서 일부에서 제기한 '표적 감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 총장 직무정지 건이 정부 주도로 급하게 흘러갔으며, 절차상 정당성을 무시했다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대표 사례가 LBNL이 유영민 장관에게 보낸 공식 서한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LBNL은 “두 기관 협력은 미국 법을 준수하고 미국에너지부(DOE) 승인을 받은 것”이라면서 “문제 삼은 연구원 인건비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지급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제 정부가 해명해야 한다. 과연 현지 연구원과 LBNL을 포함해 감사를 제대로 진행했는지, 4년이나 지난 감사 내용을 이제 와서 수면 위로 올린 이유는 무엇인지, 화급한 사안이 아님에도 내쫓기듯 직무정지 요청과 검찰에 고발한 배경은 무엇인지 확답을 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총장 개인 비위에서 과학기술계 전체 자존심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정파나 이념과 무관한 과학기술계가 국가 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을 후대가 어떻게 평가할지 곰곰이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