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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인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벤처기업부나 심지어 외교부마저 해외 취업 지원 대책 수립 등 각자 일자리 대책을 제시하고, 수시로 취업박람회를 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별로 없어 좁은 취업문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의 고민과 좌절은 깊어만 간다.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정부 노력과 의도대로 일자리는 늘어나는 것인가.

필자가 느끼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은 결론부터 말하면 바라기 어렵다. 오히려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일자리가 왜 부족한지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하기보다 근시안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일자리 부족 문제 전반에 대해 필자와 연관된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취업에 관해 의견을 제시해 본다.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해외취업박람회에 초대받아 직접 참가, 현장 분위기와 현실을 목도할 기회가 있었다. 나름대로 많은 젊은이가 각자 기업 부스를 방문해 열심히 면접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가 채용 희망 기업 부스를 방문하지만 대부분 구직자는 기초 일본어도 구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외 취업에 대한 사전 준비조차 돼 있지 않았음을 알았다. 막연히 국내 취업이 어려우니 해외 취업이라도 검토해 보고 싶다는 심정에서 면접에 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IT 관련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한국에서 취업이 안 되는 젊은이에게 단기간 일본어와 IT 교육을 시킨다 해서 일본 기업이 채용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되물어 보고 싶다. 국내에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IT 중소기업이 즐비한 현실에서 이들이 외면한 인재를 일본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한 현실 인식에 한숨이 앞선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본 취업 기회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역설이지만 우리 젊은이의 개인 능력은 뛰어나기 때문에 일단 일본 취업에 성공하면 본인 노력에 따라 일본 사회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우리의 젊은이가 진출하는 분야와 또 그들의 역할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첫 번째 졸업 직전 또는 졸업 직후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1년 정도 일본 취업을 위해 원만한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 어학 능력과 기술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일본 기업의 채용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 젊은이의 경쟁력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우선 일본 채용 관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듬해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전년 가을께 일제히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시험을 통해 공개 채용을 하게 되지만 일본은 대학 재학 중 '내정'이라는 채용 문화가 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회사설명회 등에 참가해 기업 정보를 수집하고 기업은 이런 활동을 통해 채용할 학생 입사 면접을 실시해서 빠르면 3학년 2학기, 늦어도 4학년이 되는 해 5월 이전에 반드시 채용하겠다는 '내정통지'를 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 또는 각종 취업 지원 기관을 통해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대부분 정규 채용이 다 끝난 시점에 일본 취업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애당초 제대로 된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마침 다음 주에는 필자가 주선하는 한국 대림대학과 일본 가나자와대의 인재 교류 관련 프로그램 추진 협정이 체결될 예정이다. 일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학생이 일본 대학에서 장·단기 코스로 나뉘어 어학 수업과 현지화 교육을 받고, 수료 후 일본 대학으로부터 각종 취업 지원을 받으며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치밀한 일본 취업 장기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우리 젊은이가 일본의 이른바 일류 직장에서 훌륭하게 성장해 한국과 협업을 지원하는 세력으로 성장해 준다면 단순한 해외 취업 수준을 넘어 그야말로 양국 관계 발전과 관련해 참으로 중요한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이사 yomutaku@e-corporation.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