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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은 '가시적 성과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악화일로인 주요 경제지표의 반등, 위축된 기업 심리 완화가 최우선 과제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52시간 근무제 부작용 완화도 늦출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9일 청와대의 내정 사실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생경제 회복에 전력투구 하겠다”며 “현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인사청문회에서는 4개 우선순위 정책을 꼽으며 첫 번째로 '전방위적 경제 활력 제고'를 들었다.

최근 주요 경제지표 악화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투자·소비·고용 등 내수지표는 계속 안 좋은 모습이고, 그간 양호했던 수출도 증가세가 둔화 추세다. 홍 부총리는 내년 1월부터 집행하는 469조6000억원 규모 슈퍼예산을 기반으로 '경제지표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세부 계획은 다음 주 발표 예정인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다. 내년 한 해 경제정책 청사진이자, 2기 경제팀이 내놓는 첫 핵심 정책이다. 홍 부총리는 11일 취임식 이후 경제정책방향 확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가 “경제 활력의 주역은 민간”이라고 강조한 만큼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이 대거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속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를 포괄해 지향점을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로 제시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 기대보다 속도가 빨랐던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2019년 최저임금은 이미 결정된 만큼 2020년 최저임금부터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는 의지다.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지 않도록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한다. 시장수용성, 지불여력, 경제파급영향 등을 고려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혁신성장은 홍 부총리가 “성과를 더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한 만큼 1기 경제팀과 차별화된 정책 추진이 기대된다. 홍 부총리가 지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낸 만큼 종전보다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 과감한 미래 기술 투자가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인공지능(AI), 5세대 통신(5G)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고 이런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 접목·융합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2기 경제팀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호흡을 맞춰 일하며 경제 관련 장관을 수시로 만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속도감 있게 일을 진척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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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퇴임에 앞서 기재부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1년 6개월의 부총리 임기를 마친 김동연 전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1기 경제팀은 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가장 신경을 썼다”며 “토대가 만들어졌으니 홍 부총리가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예산안·세법개정안 국회 통과 등 임기 마지막까지 할 일이 주어진 것이 영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예산안 등 통과에 노력한 기재부를 격려하기 위해 떡을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일정으로 기재부 혁신성장본부를 방문해 혁신성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나는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다. 소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권 진출설에 선을 그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