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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미스터션샤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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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미스터션샤인 캡처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력을 공식화, 국내 미디어 업계가 '글로벌 무한 경쟁' 체제에 본격 합류했다. 연간 13조원을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자 진입은 국경 장벽에 안주하며 경쟁력을 키우지 않은 미디어 업계에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 요구된다.

◇최대 무기는 '콘텐츠'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는 1억3700만명 이상이다. 57.4%가 글로벌 가입자다. 미국에서는 케이블TV보다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사람이 많다.

넷플릭스는 기술 측면에서 스트리밍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이용자 네트워트 환경에 맞게 영상을 전송한다. 고객 취향을 1200개로 분류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인화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구독서비스'도 장점이다.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 결정 고통과 소유·관리 부담을 줄인다. 저렴함도 장점이다. 미국 유료방송 월 이용료가 80~100달러에 이르는 반면, 넷플릭스 이용료는 10달러 내외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본질적 경쟁력은 '콘텐츠'다. 올해 넷플릭스 콘텐츠 지출은 12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른다. 이는 2016년 한국 방송산업 전체 매출(약 15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 기업이 콘텐츠에 국가 단위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현상이다.

사업 초기 양질 콘텐츠를 손쉽게 얻은 것은 행운이었다. 미국 유력 제작사는 저렴한 가격에 대량 콘텐츠를 넘기면서도 넷플릭스 잠재력을 몰랐다. 뒤늦게 거래를 끊고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벅찬 상대가 됐다.

유력 제작사와 갈등은 넷플릭스에 도움이 됐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올 에미상 후보에 112개 후보를 올리며 전통 제작사를 압도했다.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와 외부 콘텐츠 독점공급으로 넷플릭스는 '유일한 TV'가 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시장 영향 '장기적'

국내 넷플릭스 앱 이용자는 9월 현재 90만명 정도다. 그러나 일시적 프로모션 이용자가 포함됐고 계정당 최대 4명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실제 유료가입자는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딜라이브, 2017년 CJ헬로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확산 속도는 더디다. LG유플러스와 제휴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

LG유플러스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입자 유치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경쟁사가 넷플릭스를 도입한다면 선점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전망이다.

유료방송을 끊고 넷플릭스로 이동하는 '코드커팅'도 대세는 아니다. 국내 유료방송 이용료는 월 1만원 내외로 넷플릭스와 차이가 없다.

상품 구성도 다르다. 국내 이용자는 국산 콘텐츠를 선호하고 최신영화를 선호한다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조사 결과가 있다. 넷플릭스는 외국 작품 중심이고 최신영화 제공 빈도가 낮다.

따라서 유료방송이나 토종 OTT가 넷플릭스에 급격히 밀려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영상 세대인 10~20대가 주력으로 부상했을 때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큰 영향이 예상되는 분야는 콘텐츠 제작·유통 시장이다. 새롭고 부유한 투자자가, 그것도 압도적인 글로벌 유통망을 가진 투자자가 나타난다는 점은 콘텐츠 업계에 희소식이다. 미스터션샤인, 킹덤, 범인은 바로 너 등 국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증가하는 배경이다. 콘텐츠 업계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글로벌 판매에 따른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업계의 소위 '넷플릭스 줄서기' 심화와 글로벌 유통망 상실이 겹친다면 넷플릭스 효과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콘텐츠 경쟁력 키워야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국내 투자한 금액은 13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봉준호 감독 '옥자'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대작에 투자했다. 당장 위협을 느낄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전체 콘텐츠 투자비의 20%가량을 아시아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조5000억원 이상이 배정되며 이 가운데 일부만 한국 제작시장에 유입된다고 해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주문형비디오(VoD) 등 내수시장을 수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이 넷플릭스의 한류콘텐츠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는 절실하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상파 방송사는 5년간 누적이익이 813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중간광고를 허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은 상황이고 케이블TV 인수를 추진 중인 통신사업자는 합산규제 재논의라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투자 강화를 위해서는 가입자 기반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미디어 인수합병 물꼬를 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