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간편(미니)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았다. 그간 앱 여러 개를 모아 '통합 뱅킹 앱'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트래픽이 몰려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시중은행은 통합 앱에서 꼭 필요한 기능만을 추려낸 간편 앱으로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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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4일 Sh수협은행은 '헤이뱅크(Hey!Bank)' 앱 안드로이드 버전을 론칭했다. 헤이뱅크에는 계좌조회와 간편이체 등 주요 기능만을 담았다.

주요 서비스로 △상대방 계좌번호 없이도 연락처만으로 이체가 가능한 '연락처 송금'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이체' △최근 거래한 계좌에는 인증 절차 없이 돈을 보낼 수 있는 '퀵 송금' 등이 있다.

온라인 전용 상품만을 모은 'NEW 상품몰' 기능도 있다. 잇(it)딴주머니 통장, 또잇(it) 간편대출, 비대면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신용대출 등을 신청할 수 있다. 그 중 잇(it)딴주머니 통장, 또잇(it) 간편대출은 제휴사 토스 앱에서도 가입이 가능하다.

고객이 발급받은 모든 신용·체크카드와 결제대금을 조회하는 '내 모든 카드 한 번에 조회' 서비스도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버전부터 선보인 후, 5일 iOS버전도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헤이뱅크 출시로 수협은행은 기존 통합 앱 '파트너뱅크'에 간편 앱을 추가하게 됐다. 통합 앱은 앱 여러 개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잘 쓰지 않는 기능까지 넣어 가동하기 무겁다는 지적도 받았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하고 고객 근본 수요에 집중한 상품으로만 구성했다”며 “상품 구조 단순화와 고객 동선 최소화로 앱 하나로 자금 관리를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다른 시중은행도 '간편 앱' 대열에 가세했다. 그간 통합 앱은 접속 장애가 생기는 사례가 빈번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대항마로 통합 앱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고객 불만을 야기하는 때가 많았다.

반면에 인터넷전문은행 중 카카오뱅크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네이티브 방식으로 앱을 개발, 트래픽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게끔 했다. 그 결과 오픈 당일 예상보다 10배 이상인 2만~3만명이 동시 접속해도 앱이 다운되지 않았다.

시중은행에서도 통합 앱 하나로만 승부하던 전략에서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스타뱅킹 미니', IBK기업은행은 'i-ONE 뱅크 미니' 등 기능을 간소화한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은 취급 상품이 많아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앱 하나에 다 담기 쉽지 않다”면서 “한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고자 통합 앱 전략을 펼쳤지만, 점점 간편 앱을 따로 두는 추세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