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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앞으로 90일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관세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다만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첨단기술' 등 쟁점에서 합의점을 도출하기 쉽지 않아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업무만찬을 가졌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업무만찬 이후 낸 성명에서 “앞으로 90일간 중국과 기술 이전 강요 등 불공정한 정책을 바로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관세 부과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이날 1년여 만에 만나 미·중 무역분쟁을 끝내기 위한 담판을 벌였다. 회담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47분부터 시작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늘어났다. 두 정상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자리를 떠났다.

미·중은 '조건부 합의'로 급한 불을 껐다. 앞으로 90일 동안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관련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만약 이 기간 내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10%의 관세는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아직 합의되진 않았지만, 중국이 무역 불균형 축소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농업, 에너지, 산업 및 기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할 것”이라면서 미국산 농산물은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 규제 강화와 미 반도체 기업 퀄컴의 NXP 인수 승인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단이 협상을 재개하지만 난맥은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만을 제기한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쟁점으로 삼은 중국 첨단 기술 관련 불공정 관행을 두고도 이견이 크다. 양국이 명확한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패닉을 겪은 우리 경제도 당분간 안정세를 찾겠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양국 갈등이 정점을 찍고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호재지만 '조건부 합의'에 기반한 양국 협상이 언제 갈등 모드로 전환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미중 무역 갈등은 한국 산업 밸류체인 경쟁력 약화, 우리 기업의 수출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양국이 잠시 추가 조치를 멈춘 것으로 갈등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관점에서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G20 정상은 막판 조율 끝에 정상선언문을 최종 채택했다. 트럼프 정부에 의해 촉발된 보호무역과 무역 갈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다자주의' 국제질서 원칙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공동성언문은 “무역이 세계 성장의 중요한 엔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최근 불거진 보호 무역 논란에 대해선 '현재의 무역 쟁점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이어 “우리는 구축된 다자간 교역 체재의 기여를 인정한다”면서도 “이 체재는 현재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WTO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면서 “다음 정상회의에서 진전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무역분쟁 해결 기능을 상실한 WTO 개혁 필요성에 합의한 것은 나름 진전으로 평가된다.

지구온난화 대책에 대해선 미국이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음 G20 정상회담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다.

미·중은 G20 공동선언문 합의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은 산업보조금, 기술이전 강제,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의 배경과 공정한 경쟁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중국은 보호무역주의 및 일방주의 배격과 다자무역체제 강화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G20 정상 간 보호무역주의와 관련 민감한 표현을 피한 채 합의문 도출에 이르렀지만 미중 간 무역 마찰은 이와는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취재 최호기자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