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산업'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미래 먹거리 산업'.

단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용어들이다. 이 같은 이름은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산업군에 붙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동반해야 하는 산업군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최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3년 동안 적용할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마무리했다. 우려되는 소식이 들린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3D프린팅이 중기간 경쟁제품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ESS와 3D프린팅 산업을 주도해 온 대기업과 중견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ESS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내년도 투자 및 사업계획을 세운 대기업은 사업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업을 유지할 지 여부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ESS는 글로벌 업계도 유망 신산업으로 분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 비야디(BYD), 벤츠 등이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삼성과 LG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 중견기업이 적극 투자하며 이들과 경쟁하고 있다.

3D프린팅 분야도 상황이 비슷하다. 3D프린터는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로 논의돼 왔다. 정부가 나서서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고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더니 갑자기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빠지라는 정책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투자할 주체가 빠지면 글로벌에서 경쟁할 만한 제품 개발이 불가능해진다.

중소기업 보호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중기간 경쟁제품 품목 지정은 산업 측면도 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과 경쟁해야 한다. 정부가 '차세대 성장 산업'이라는 용어를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전체 산업을 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을 보는 중기부 간 괴리 때문일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한국 '산업'은 지금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