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혁신기금' 설립을 제안했다. APEC 디지털 혁신기금은 회원국 간 인터넷 경제 협력을 촉진하고, 디지털 경제 분야 개발도상국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 비전도 공유했다.

Photo Image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APEC 하우스에서 개최된 2018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여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의 APEC하우스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조발언에서 “우리는 작년 'APEC 인터넷, 디지털경제 로드맵'에 합의했고, 한국은 의장국이 제안한 로드맵 이행 메커니즘을 지지한다”며 “로드맵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APEC 디지털혁신기금' 창설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금 창설과 운영에 한국이 건설적으로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노력이 APEC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줄여 공동번영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디지털화의 진전이 사회적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다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은 포용적 성장, 포용적 사회, 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라며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고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며 성별·지역·계층·연령에 상관없이 국민 단 한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이라고 설명했다.

Photo Image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APEC 하우스에서 개최된 2018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했다.<사진:청와대>

이어 “디지털 시대에 '배제하지 않는 포용'은 더욱 중요하다”며 “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격차와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나는 특별히 중소기업·교육·소비자 보호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요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세계 경제가 다시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IMF가 신흥국들이 거시 건전성 제도를 잘 운영하도록 도와주고 충분한 대출 재원을 확보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는 “IMF에 대한 주요국의 쿼터 확대, 즉 추가 출자를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를 복원하고, WTO(세계무역기구) 개혁을 통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년여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의 호혜적 타결을 위해 논의를 진척시키기로 했다. 또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대해 두 정부가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북미회담 성공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일이 이뤄지는 데에는 천시(하늘의 때)·지리(땅의 기운)·인화(사람 간의 융화)가 필요한데, 그 조건들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며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끝으로 5박 6일간의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순방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