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도 내년 기업이익이 올해에 비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 전체 이익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줄어 내년 상장기업 순이익 증가율은 3%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년간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IT 제조업에 대한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증권가에서는 업종의 방향성에 따른 투자보다는 선호 테마에 따른 개별 종목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 순이익 감소 불가피…주가 하락은 일시적

금융투자업계는 2019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증가율이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증권이 전망한 내년 코스피 상장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5.5%다. 올해 순이익 증가율 14.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전망한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내년 순이익 증가율이 3.2%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순이익 증가율 14.3%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도 내년 순이익 증가율을 3.6% 수준으로 예상한다.

증권가는 내년 기업이익 전망을 낮춰 잡는 주된 이유로 반도체 업종의 감익을 꼽는다. 실제 삼성증권은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경우 내년 순이익이 7.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제외했을 경우 10.1%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와 달리 오히려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전체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증가한다. 삼성전자 유니버스 기준 시가총액의 33% 수준을 차지하는 내년 IT업종의 순이익 증가율은 1.9%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은 외려 1.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IT업종의 순이익 증가율 18.9%,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 증가율 24.9%를 크게 밑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내년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이 18.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분기 계절적 부진 등을 감안해 연말까지 추가 하향 조정이 발생한다면 기업이익은 5년만에 연 단위로 감익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수보다는 종목, 구조적 변화와 테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불거진 반도체 업황 정점 우려가 여실히 드러난 분석이다. 다만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불확실성이 크고 2년간 상승했던 DRAM 가격도 하락세에 진입할 것”이라면서도 “공급 측면에서 조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슈퍼 상승 사이클 이후에 이어지는 하락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경기소비재, 산업재 회복 기대…2차 전지 기대감은 이어져

증권가에서는 수년간 상승세를 기록하던 반도체의 성장 바통을 경기소비재, 산업재 등 다른 업종이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한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2017년 국내 기업이익을 주도했던 IT, 에너지·소재, 금융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이익이 둔화했던 경기소비재, 유틸리티, 산업재의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코스피 순이익 예상 증가분 8조원 가운데 약 3조원은 경기소비재, 1조~2조원 안팎을 산업재와 유틸리티가 차지할 것으로 증권가는 관측한다. 특히 업황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업종에서도 내년 중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감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월별, 분기별로 일시적으로 수주 잔고가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이 추세로 확인된다면 투자 의견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한 국내 배터리업체 수혜도 기대된다. 업종별 실적 기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EU의 배기가스 규제 등 각국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수요를 기대하는 편이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철영 KB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환경 규제, 소비자 인식변화,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친환경 자동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2차전지 소재산업 밸류체인에 속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