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과 중소기업계 등 산업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위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법을 준수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노동계 반대 등 정치권 논의가 길어져 제도 개선이 늦어질 것을 우려했다. 단위기간 확대는 1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을 노사합의가 아닌 개별 근로자 동의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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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와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SW사업은 4개월 단위 사업이 많다. 사업 종료 후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1~2개월 간 후속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 초과근로가 6개월 단위로 발생한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노사 합의를 통해 최대 3개월 범위 내로 근로시간을 조정한다. 평균 4~6개월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SW사업은 이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업계는 법 시행 이전부터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W산업협회 관계자는 “IT프로젝트는 성격상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기일이 연장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세 달 정산 기간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최소 6개월 이상 정산 단위기간을 확대해야한다”고 말했다.

IT서비스협회 관계자도 “불규칙적으로 사업이 발주되고 진행되는 업계 특성상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히 동반돼야한다”면서 “개정법안 조속한 통과와 함께 정부도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도록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내년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SW·IT서비스 업계 70% 이상이 300인 이하 사업장이다. 확대 적용 대상 기업은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SW산업 업계 특수성을 반영한 근로시간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SW정책연구소 관계자는 “SW업계는 정규직, 계약직 근로자와 근로자 인정 여부에 논란이 많은 프리랜서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 현실을 반영한 근로시간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와 각종 SW 분야 협회와 단체가 논의해 통일된 조사기준을 정립하고 실태조사를 수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주52시간제가 2020년까지 유예된 중소기업계도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남은 기간 동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1년 이상 확대와 생산성 강화 지원 등 제도 변화가 없다면 사실상 존폐 위기라며 걱정했다.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을 노조합의가 아닌 개별 근로자 동의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건우정공 대표)은 “지금 근로시간 단축 우려에 업계 전반이 위축되면서 추가 채용이나 설비투자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이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함께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대응에 사실상 손 놓은 상태다. 경기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다보니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일부 기업은 해외 수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으나 주변국 대비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부장은 “일감이 많이 줄다보니 여건이 어려운 기업은 기존 인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일부 견실한 기업은 미국·유럽 등 해외 시장을 뚫어 수출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탄력근로제 등 개선이 없다면 주문받은 물량에 대한 납기조차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대규모 정기보수기간에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정유업계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이 아닌 1년으로 확대해야 원활한 경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일별 근무스케줄, 노사합의 등 도입요건 완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근로일별 근무스케줄 사전 작성 관련 조항을 폐지하고, 단위기간 전체 평균 근로시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며 “상황에 따라 근로자 근로조건·처우 등에 불이익한 영향이 없을 경우 노사대표 의견 청취 등 최소한 절차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절차 간소화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