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화와 경량화는 기술 발전의 바로미터다. 지금도 각 기술분야에서 이전보다 더 작게, 더 가볍게 만든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고 이전보다 성능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만 해도 과거 핸드폰에 비해 훨씬 작고 가볍지만, 기능과 성능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런 추세는 우주 산업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초소형 위성이 그 주인공이다. 초소형 위성은 통상 50㎏미만의 작은 위성이다. 199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처음 학생 교육용으로 개발한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야다.

정육면체 형태의 '큐브위성(CubeSat)'이 대표적이다. 육면체 각 변 길이가 10㎝로, 무게가 1㎏ 안팎인 것도 있다. 이런 규격의 단위를 '유닛(U)'이라고 하는데, 이런 유닛을 이어 붙여 기능을 추가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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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초소형 위성인 큐브위성의 모습

크기가 작다고 성능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기술 발전 여지가 많아 기존 톤 단위 대형위성이나 500㎏ 이상 중형위성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상당 수준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미국 플래닛사가 2013년 발사한 3U 큐브위성 '도브(Dove)'는 무게가 4㎏에 불과하지만 3m 해상도로 지구표면을 촬영했다. 2005년 발사한 1.5톤 무게의 지구관측위성 '카르토샛'의 해상도가 2.5m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발전 속도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현재 미국에서 개발중인 '카펠라' 초소형 위성은 1m 해상도로 지면을 관측 가능할 전망이다.

초소형 위성은 이밖에도 통신, 과학, 군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지구 궤도를 벗어난 임무에도 초소형 위성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화성탐사선 인사이트에 큐브샛 '마스 큐브 원(마르코)' 두 대를 실어 우주로 보냈다. 마르코는 이달 말로 예정된 인사이트 화성 착륙 과정을 지구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초소형 위성은 한 기로도 높은 성능을 내지만, 여러 대를 활용하는 '군집위성'으로 활용할 경우 능력이 훨씬 배가된다. 위성 간 링크 기술을 더해 임무를 분담하는 식으로 임무 위성이 지구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재방문 주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30기 정도를 띄우면 20분 내로 주기 축소가 가능하다. 수 천 억원을 들여야 하는 큰 위성과 달리 1~2억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초소형 위성은 이런 성능과 기능 덕분에 새로운 우주 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2600개에 달하는 초소형 위성이 발사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와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국내 대학에서 만든 초소형 위성 다섯 기가 인도 '극궤도우주발사체(PSLV)' 실려 우주로 향했다. 각 위성 개발대학은 연세대, 항공대, 경희대, 조선대, 충남대 등이다. 당초 2012~2013년 큐브위성 경연대회 결과로 개발됐지만 여덟 차례나 발사지연이 이어지면서 3년이나 늦게 발사됐다.

이에 앞선 2017년에는 KAIST 방효충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큐브샛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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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발사 및 운용에 성공한 초소형위성 개발 모습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에 이를 연구하는 '초소형 군집위성 연구센터'도 문을 열었다.

센터는 앞으로 7년 동안 영상레이다(SAR) 부품을 소형화, 경량화 해 초소형 군집위성에 담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나선다.

그렇다면 이런 초소형 위성을 개인이 만들 수도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관련 사례가 있다.


디어아트 작가인 송호준 씨가 이 일을 해냈다. 송 씨는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인 위성 'OSSI-1'을 개발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에서 쏘아올렸다. 1억원의 비용을 들여 해낸 일이다. 발사 위성은 극초단파(UHF), 비콘 통신모듈과 빛을 발하는 LED 모듈을 장착했다. 안타깝게도 발사 후 신호는 잡히지 않았지만 시도만으로도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