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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반도체, 하락 사이클인가 숨고르기인가

발행일2018.1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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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변화가 어느 때보다 관심사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에서 '호황'으로 넘어가는 것일 뿐 과거와 같이 갑자기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는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한다.

◇반도체 하락 사이클 본격화?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연구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지난달 30일 영국 대형 금융기관인 바클레이즈 반도체 산업 전망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2019년 반도체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우선 반도체 생산·판매업체 등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월초 대비 16.8%나 급락했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모멘텀의 선행지수로 여겨지는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액(semiconductor equipment billings) 증가율이 2017년 평균 40.8%에서 지난 9월 1.8%까지 둔화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반도체 현물가격의 경우, 2017년 4분기 이후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25% 이상 하락했다고 전했다.

D램은 8월 이후 현물 가격이 계약 가격을 하회해, 바클레이즈는 “현물가격이 계약가격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는 현상은 수요의 급격한 냉각(cooling) 혹은 공급과잉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성장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은 다른 시장조사 업체에서도 발견된다.

IC인사이츠는 지난 1일 “올 4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진이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최근 급성장세 이후 주기적인 냉각기(cooling)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1분기와 2분기 반도체 시장은 각각 23%, 22% 성장했다. 3분기에는 증가율이 14%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이보다 더 낮은 한 자릿수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Photo Image<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추이(자료: 바클레이즈)>
Photo Image<D램 가격 추이(자료: 바클레이즈)>
Photo Image<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자료: IC인사이츠)>

◇4분기와 1분기 주춤은 불가피할 듯

고속 성장하던 반도체 시장이 당분간 완화될 것이란 전망은 제조사에서 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4분기 전망에 대해 “반도체 사업은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 가격은 올해 가격상승세 완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도 급락은 아니지만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이가 나는 지점은 바로 시점이다. 제조사는 계절적 비수기를 지나 내년 하반기 반등을 전망하는 반면에 바클레이즈와 같은 시장 분석가들은 반도체 하락 사이클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강조하는 반등 근거는 시장의 변화를 꼽는다. 반도체 시장이 과거와 달라져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과거 IT시장은 PC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변동됐지만 현재는 모바일과 서버 수요 증가로 수요가 다변화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모습이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PC와 달리 서버는 계절적 수요 변동이 크지 않다”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디바이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서버를 통해 연결돼 수요가 촉진되고 다시 서버 용량 확대가 디바이스 용량 확대를 가져오는 선순환 초기 단계에 진입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다변화와 공급 과점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기존 PC 중심에서 스마트폰, 서버 등으로 수요가 다변화되면서도 D램 공급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4개 기업이 과점해 과거와 같은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장준덕 SK하이닉스 수석은 최근 있은 '반도체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수요와 공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2017년부터 급성장한 D램 시장 규모가 과거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에도 시장 변동 사이클이 존재하겠지만 기존보다 크게 올라선 '뉴노멀' 상에서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 특성상 가격 하락이 추가 수요를 유도해 전체 시장 규모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옅다고 내다봤다.

◇시장 다변화 주목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 업체 최고경영자도 매우 신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시장을 전망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사장은 지난 9월 한 포럼에서 전망을 묻는 기자 질문에 “몇 개월 뒤 시장 예측은 어렵다”면서 “적어도 4분기까지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6개월 후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메모리 수요가 다변화됐다는 제조사 근거는 설득력이 높고 향후 시장을 가늠하는데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최근 D램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건 서버다. 2016년 모바일과 PC보다 적었던 서버용 D램 수요는 2017년 PC를 추월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모바일 시장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 현재 모바일 D램 수요는 약 380억개, 서버용은 330억개로 전체 D램 시장의 약 6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PC 비중은 전체 시장의 20% 정도다.

반도체 제조사 매출처도 다변화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서버가 40%, 모바일용이 30%로 알려졌다. PC용과 그래픽·컨슈머용이 각각 18%, 12%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의 구체적인 매출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 상황과 유사한 매출 구조를 띠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과거 PC 시절과 같이 등락이 심한 반도체 사이클은 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시장이 분산된 만큼 어느 한 쪽이 충격을 받아도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력 제품인 D램 시장의 경우 공급자가 제한돼 있다는데 주목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빅사이클이 생긴 건 공급제약과 서버 수요 때문”이라며 “D램 공급 초과는 쉽게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미중 분쟁 등 거시 이슈로 IT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공급 초과 우려가 크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 효율성 증대를 위해 내년 설비투자를 줄일 전망이어서 수급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최근 있은 콘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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