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창 열기 / 닫기
닫기

[이슈분석]게놈 빅데이터 확보 경쟁...이유와 한국 현황은

발행일2018.11.05 12:57
Photo Image<유전체ⓒ게티이미지뱅크>
Photo Image<유전체ⓒ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게놈(유전체) 분석 데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개인, 환자 집단, 동물종 등 특정 연구목적을 위한 하나의 개체나 소수 분석에서 불특정 다수 분석이라는 양적 데이터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14년에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한 영국은 최근 500만으로 게놈 분석 목표 수치를 50배나 확대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주도한 10만 프로젝트에서 NHS는 희귀 질환자와 그 가족, 암환자 등을 대상으로 게놈 전체를 해독하고 최근까지 환자 게놈과 표준 게놈 사이에 나타나는 수백만가지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 데이터로 축적해왔다.

프로젝트 정보분석을 이끌고 있는 팀 허바드 킹스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지난 8월 울산에서 열린 게놈엑스포에 참석해 “(게놈 분석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다. 유전자 서비스를 비롯해 신약 개발, 치료 진단 기술 확보 등 게놈산업을 선도하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더 많은 분석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 설명했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정부 때 '100만 인간게놈' 사업에 착수, 분석 데이터를 이용해 미국 생명공학기업을 기술적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저가 의료서비스 대중화라는 '오바마케어' 구현의 핵심 방안으로 게놈기술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프란시스 콜린스라는 게놈분야 전문가를 국가의료원(NIH) 수장으로 앉히면서 정부 차원의 게놈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중국은 논문을 비롯한 공식 발표 자료가 많지 않다. 하지만 베이징게놈연구소(BGI)를 비롯한 업계 소식과 게놈학계 교류 정보에 따르면 분석 규모는 이미 수십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소 늦은 편에 속하는 일본도 최근 4000명까지 게놈 분석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hoto Image<게놈 해독과 분석 연구 이미지.>

10여년 전까지만해도 게놈 해독이나 분석 대상은 고래나 표범 같은 동물, 고대 인류화석 등 특정 연구 목적을 위한 하나의 개체였다. 인간 게놈 분석에서도 희귀질환자, 암환자 등 특정 소수 집단에 국한됐다. 몇 년 새 게놈 분석이 양적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전환된 것은 대량의 게놈 빅데이터가 갖는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게놈 분석이 게놈 기술과 산업의 토대이고 분석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유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게놈 해독 정보를 토대로 도출하는 유전형질 분석, 암을 비롯한 유전병 위험 인자 추정, 질병 발생 위험도 진당 등 각종 분석 정보의 '정확성'은 시료 데이터가 많을 수록 높다는 얘기다.

세계 게놈학계와 산업계는 게놈 대량 분석 정보를 빅데이터와 연계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게놈 빅데이터 경쟁력이 향후 바이오메디컬을 비롯한 헬스케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과 미국, 중국 등 여러 국가가 정부 차원에서 게놈 분석 데이터량을 늘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돌연변이는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 가운데 하나지만 소수 특정 질병 유발 돌연변이는 발견이 쉽지 않고 발생 원인이나 성장, 내재와 발현 등 그 특징도 분석하기 어렵다. 이러한 돌연변이를 정확히 찾아내 분석하려면 가능한 많은 게놈을 해독 분석해 데이터화해야 한다.

대량의 시료로 대규모 해독을 선행하면 특정 돌연변이는 물론 다양한 돌연변이들이 인체 내에 어떤 식으로 분포하고, 어떤 상황에서 질병의 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 돌연변이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다.

게놈 빅데이터는 특허를 비롯한 게놈기술 선도는 물론 제약, 의료서비스 시장 선점의 핵심 기반으로 부각됐고, 지속가능한 첨단 신약개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수의 글로벌 제약기업은 게놈 데이터 확보와 분석 기술에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세계 2위 제약사 아스트라 제네카는 신약개발을 위해 200만 인간 게놈을 분석한다고 발표했고,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1조2000억원에 게놈전문기업을 인수했다. BGI, 미국 일루미나 등 게놈 분야에서 인지도 높은 기업 및 연구기관 상당수가 게놈 빅데이터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hoto Image<게놈 기반 바이오의료산업 구성도.>

해독과 분석 기술의 발전도 게놈 양적 데이터 경쟁을 불러 온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20년 전까지 한사람의 게놈을 해독 분석해 이를 토대로 각종 질병이나 수명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려면 수천억원이 필요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생어연구소와 미국 NIH가 지난 2003년 완성한 '인간 게놈지도'에는 13년간 3조원이 소요됐다.

현재 한사람의 게놈 분석 비용은 평균 100만원 선이다. 분석과 보고서를 통한 정보제공까지 합해 150만원이면 가능하다. 구글의 게놈 자회사나 BGI 등 세계적 기업은 10만원으로, 그것도 하루만에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놈기술 경쟁력은 어떨까.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게놈 생산기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수년여 뒤쳐졌고, 응용기술에 해당하는 '분석기술'은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기술 경쟁력은 첨단 장비와 시약 등 하드웨어, 분석기술은 데이터 처리를 비롯한 컴퓨팅 자원에 의해 좌우된다.

문제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석 데이터량에서 크게 뒤져 있다는 점이다.

Photo Image<울산 1만명 게놈 프로젝트 참가 신청자 상담.>

우리나라는 지난해 '울산 1만명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만 단위에서 최대 500만까지 해독과 분석에 나선 주요 선진국과 대비되는 수치다. 국비를 지원받고는 있지만 중앙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특정 대학과 손잡고 자체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정부 주도 사업으로 지난 2014년 시작한 '포스트 게놈 다부처 유전체 사업'은 농업, 해양, 보건, 과학연구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내 과도한 규제가 대규모 인간 게놈 분석 프로젝트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이 아니면 유전자 검사를 위한 게놈 해독을 할 수 없다. 제공 또는 공개 가능한 게놈 정보는 물론 검사 가능한 유전자 종류까지 규정해 놓고 있다. 개인 게놈 해독과 분석 정보를 의료정보로 분류해 해독을 의뢰하기도, 분석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기도 어렵다.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성과를 내기 어렵고 이 때문에 학계나 연구계, 과학기술 주무부처까지 선뜻 프로젝트를 기획 또는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놈 선진국 영국은 게놈 해독과 분석을 위한 유전자 제공과 활용 범위에 제한이 적고, 국가가 앞장서 체계적으로 공기업을 세워 게놈분석을 이끌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개인이 원하면 자신의 질병, 신체 특징 관련 유전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게놈을 완전 해독해 각종 다른 의료정보와 합쳐 건강 상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국과 중국은 인간 세포 내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조작, 편집하는 연구까지 허용한다.

박종화 UNIST 생명공학부 교수는 “게놈정보는 의료정보인 동시에 개인정보이고 과학기술 정보이자 첨단 IT정보이기도 하다”면서 “게놈정보의 주인은 개인이라는 점에서 개인이 판단해 해독을 의뢰하고 분석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댓글 보기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