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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통을 두고 펼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자존심 대결이 본격화됐다. 온라인쇼핑이 미래 유통산업을 이끌고 갈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전통적 유통 명가 '빅2'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두 회사의 온라인 사업을 둘러싼 대결은 지난해 정 부회장이 깜짝 발표로 시작됐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스타필드 고양 오픈 행사에서 “온라인몰 강화를 위해 연내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은 해를 넘겼지만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과 이커머스 사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이후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 증설과 온라인 사업부를 물적 분할 합병한 후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 회사 설립 등을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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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후 신 회장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롯데는 지난 5월 온라인 사업 부문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신 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한동안 지지부진 했다. 하지만 신 회장 출소 후 롯데는 본격 행보에 나섰다.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가 향후 5년간 투자할 50조원 가운데 25%인 12조5000억원을 온라인 사업 확대와 복합쇼핑몰 개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롯데쇼핑은 지난 8월 'e 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온라인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지만 신 회장의 출소 후 밝힌 발표라는 점에서 강한 투자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신세계의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 추진 등이 난항을 겪고 있던 시점에 신 회장이 주도권을 잡고 나선 것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신세계는 지난달 31일 1조원 투자 유치 확정을 발표하며 또 다시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신세계는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 등 2곳과 온라인 사업을 위한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온라인 신설 법인 출범 시 7000억원을 우선 투입하고 이후 3000억원이 추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 체결로 온라인 사업 육성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신세계그룹은 올 연말까지 신세계와 이마트로부터 온라인 사업을 각각 물적 분할한 후 내년 1분기(1∼3월) 이 두 법인을 합병해 새로운 온라인 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물류 및 배송 인프라와 상품경쟁력, 정보기술(IT) 향상 등에 모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국내 온라인 1위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포부다. 필요할 경우 인수합병(M&A)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오너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대규모 투자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본격 투자가 실행되는 내년부터 자존심이 걸린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