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슈퍼컴퓨터 학술대회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2018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서밋'이다. 슈퍼컴퓨터 서밋 성능은 사칙연산을 1초에 12경번을 수행하는 122페타플롭스(PF)급이다. 미국은 2013년 슈퍼컴퓨터 세계 정상 자리를 중국에 넘겨준 지 5년 만에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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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기상청장.

주요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인 슈퍼컴퓨터를 현재 서밋보다 10배 이상인 엑사플롭스(초당 100경번 연산 가능)급 성능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상·기후 분야에서 활용되는 슈퍼컴퓨터 현황은 어떨까. 현재 전 세계 슈퍼컴퓨터 500대 가운데 기상·기후 분야에 활용하는 컴퓨터는 29대다. 유럽 지역 국가들을 포함한 6개국(미국, 일본, 인도, 중국, 한국, 뉴질랜드)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능 1위는 2016년 영국 기상청이 구축한 슈퍼컴퓨터로, 약 7PF(세계 20위) 연산 성능을 갖춘 시스템(CRAY XC40)이다. 슈퍼컴퓨터를 총 3대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기상청은 그 가운데 2대는 기상예보 현업에 활용하고 나머지 1대는 연구개발(R&D)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치 모델 개선과 강수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차세대 기후 연구에도 활용하고 있다. 성능 2위와 3위는 일본 기상청이 2018년에 구축한 슈퍼컴퓨터 2대다. 각각 약 5.7PF 연산 성능을 갖춘 시스템(CRAY XC50)이다. 이 시스템은 태풍과 집중호우의 정확한 예보와 다양한 유형의 기상 정보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수치 모델 예측 정확도가 가장 높은 기관인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2016년에 구축한 약 4PF 규모 시스템 2대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2015년에 구축한 기상·기후 분야에서 13위와 14위인 약 2.4PF(세계 75, 76위)의 슈퍼컴퓨터 누리, 미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를 기상예보 수치 모델 생산 및 내부 연구용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일부 자원은 외부 대기과학 분야 R&D를 위한 공동 사용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운용 방식은 대학과 연구기관 자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보다 최소 2배, 최대 50배 이상 연구 시간을 단축시키고 슈퍼컴퓨터에 설치된 다양한 소프트웨어(SW)를 연구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기상·기후 분야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대부분 나라에서는 시스템 장애에 대비해 2대 이상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 현재 한국 기상청은 약 5년 주기로 슈퍼컴퓨터를 재정비하고 있으며, 외국 기상청에서는 3~5년 주기로 슈퍼컴퓨터를 교체해 수치 모델 성능을 개선하고 자국에 큰 피해를 주는 기상 현상을 연구하는 등 필요한 전산 자원을 정기 확대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성능과 더불어 효과 높은 활용 방안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 많은 기관에서는 사용자 수요를 파악해 전산 자원을 더욱 효과 높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과정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 기상청도 슈퍼컴퓨터 사용 방법 교육과 포트란, 병렬 프로그래밍 등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을 주기로 운영하는 등 슈퍼컴퓨터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은 2020년을 목표로 현재보다 약 8배 확장된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한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을 독자 개발하는 한편 다양한 기상·기후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다.

확장된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생산한 수치 모델 결과물이 기상·기후 관련 정부의 중장기 정책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위험 기상의 사전 대응 능력을 높여 재해 방지 역할을 강화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융합돼 사회·경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종석 기상청장 kimcol@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