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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87>샌드박스

발행일2018.10.28 12:00

샌드박스(SANDBOX). 직역하면 모래상자란 뜻입니다. 원래는 임시로 만든 놀이터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마당을 가진 집에서 아이들이 간단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모래를 깔아놓은 공간을 일컫는 용어지요.

모래를 가지고 놀아본 적 있을 겁니다. 해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모래성을 쌓거나 사람 몸 위에 덮기도 하지요. 모래는 물을 부으면 쉽게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잘못 만들어도 손으로 툭툭 치면 곧 원래대로 돌아가지요. 원하는 모양은 다시 만들면 됩니다.

이런 성질 때문일까요? 정보통신 업계에서는 제한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을 '샌드박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안 영역에서도 흔히 쓰이는데요.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컴퓨터 내에 특정 공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만 작동하게 하는 방식을 샌드박스라고 부릅니다. 혹시 문제가 생겨도 본체에는 영향이 가지 않게 말이죠.

게임에도 샌드박스 장르가 있습니다. 디지털 레고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대표적이지요.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일정한 규칙 없이 블록을 쌓아 거의 세상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간혹 실제 건축물을 구현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는 겁니다.

샌드박스는 최근 정부 정책으로 채택하며 뉴스에 종종 등장합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그것이지요. 현재 법으로 애매한 서비스를 임시로 허가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Photo Image<카풀은 규제샌드박스 재도가 시행되면 가장 먼저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이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럭시(LUXI)와 공동으로 카풀 알고리즘과 시스템 등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본격 연구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양사는 카풀 이웃으로 내차 만들기라는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을 5일 참가자 모집을 시작으>

Q: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왜 생겼나요?

A: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각종 규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규칙을 모아놓은 것이 법이죠. 법은 보통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사항이지만 시간과 환경에 따라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각 이해 관계자 이익이 충돌할 때도 있죠. 또 모든 사회현상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계선 혹은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와 상황에 대한 판단을 법에 기대서만 내리기 어렵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카풀'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카풀은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자가용을 같이 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운송자격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이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우는 것을 금지합니다. 단, 예외를 뒀죠. 출퇴근 시간입니다. 기존 택시만으로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판단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앱을 통한 '카풀'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입니다.

예외까지 뒀지만 법이 완벽하게 사안을 정리한 것은 아닙니다. 출퇴근 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정하지 않았죠. 이렇다 보니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카카오 같은 큰 기업까지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택시업계에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죠.

정부는 난감합니다. 소비자 편익과 혁신 서비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카풀 서비스를 늘려야 하지만 기존 택시산업을 고려하면 이를 그대로 묵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중재하는 것이 규제샌드박스 목적입니다. 기간과 규모를 제한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사회에서 실험해보자는 취지죠.

Q: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A:2019년 1월부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싶은 기업이나 단체는 별도로 마련된 홈페이지 등에서 서류를 받아 신청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접수하고 각 사안에 따라 국토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의뢰하면 해당 기관은 30일 내에 검토 결과를 회신합니다. 회신결과를 놓고 별도의 심의위원회가 열립니다.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신청이 통과되면 해당 기업이나 단체는 2년 동안 현행법이 합법으로 규정하지 않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Q:한국에서만 운영하나요?

A: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해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입니다. 영국은 2016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 중인데요. 기상이변 등으로 취소된 비행기 티켓을 취소할 경우 자동으로 새 표를 제공하는 클레이 처리상품이나 사용자 운전습관을 모니터링해 보험회사와 공유하는 시스템 등이 이 제도를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올해에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부채, 지분, 증권, 암호화폐 등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임시로 허가해줬습니다.

Q:샌드박스 제도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A:기업이 법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를 실제 시장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효과입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 편익을 키우는 것이 가능해지죠. 스타트업 등 도전적인 기업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큽니다. 스타트업이 실제 시장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적용해 효과를 입증하면 향후 투자 유치나 상용제품 개발에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갈등을 점검 할 수 있다는 점은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는 실마리입니다. 기존 산업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 안에서 자리를 잡는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관련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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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시대 규제와의 전쟁, 이주희 지음, 좋은 땅 펴냄

국회의원 입법·정책 보좌관을 거쳐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이주희 두나미스컨설팅 그룹 대표가 쓴 책이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기업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규제를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지, 규제리스크가 기업 성공과 실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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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구태언 지음, 클라우드 나인 펴냄

변호사인 저자는 오랫동안 정부와 민간에서 정보통신분야 전문법조인으로 활동했다. 책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주요 국가 상황을 전한다. 미국, 중국, 독일, 유럽이 미래 패권을 두고 벌이는 각축전이 생생하다. 이들이 어떻게 스타트업을 키우는지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이 반드시 마주하게 될 법률 이슈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저자가 200여 개 스타트업 무료 법률 자문을 하면서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을 담았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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