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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가전매장에서 시민이 데스크톱 PC를 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삼성전자가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대란'으로 표류하고 있는 경찰청 사무용 PC 구매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찰청 PC 구매 사업은 인텔 CPU 공급난으로 가격이 치솟자 중소 PC업체가 입찰하지 않아 세 차례나 유찰됐다. 경찰청은 이 때문에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예외 조항을 적용, 대기업·외국계 기업 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이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한 '2018년 사무용 PC 구매 사업' 네 번째 입찰에 삼성전자와 국내 중소기업 두 기업이 지원했다. 경찰청은 두 업체가 보낸 제안서를 바탕으로 사업자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이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적격하다고 판단된 사업자에 한해 가격을 평가하고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무용 PC 구매 사업에) 업체 두 곳이 지원했다”면서 “업체가 제시한 제안서를 바탕으로 23일 적격 평가를 실시한 뒤 조달청에서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경찰청) 사무용 PC 구매 사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인텔 CPU 공급 물량 부족으로 도매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중소 PC 제조업체가 지원하지 않았다. 경찰청과 조달청은 이달 8일 올린 네 번째 공고에서 대기업·외국계 기업까지 참여할 수 있는 일반경쟁으로 전환했다. 데스크톱 PC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고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 일반경쟁으로 전환된 것은 처음이다.

PC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삼성전자가 맡을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올해 경찰청 사무용 구매 사업은 1만7000대에 이르는 데스크톱 PC를 공급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인텔 CPU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1만대가 넘는 대규모 PC 물량을 안정 공급할 역량이 되는 제조사다.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까지 PC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민철 삼성전자 PC사업팀 전략마케팅그룹 상무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인텔 본사가 있는 미국 샌타클래라에 직접 가서 3~4번 만났고, 내년 아카데미 시즌에 공급할 수 있는 (PC) 제품 실수요는 확보했다”면서 “인텔 위스키레이크는 수급 역량이 충분해 포캐스트(발주예상물량)를 받았고, 나머지 물량도 충분히 확보해 (CPU)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표류하고 있는 대규모 PC 공공조달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국내 PC 제조사보다 인텔 CPU 공급 물량 수급이 안정되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이 사업에서 큰 수익을 얻기 어렵다.

올해 경찰청 사무용 PC 구매 사업은 데스크톱 PC 1만7000대 규모에 예산 153억원을 배정했다. 해당 사업 금액이 15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당 90만원에 PC를 공급해야 한다. 투찰할 때 단가를 낮게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공급 단가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이 윈도10 엔터프라이즈를 윈도7 64비트 엔터프라이즈로 재설치해야 하는 조항도 입찰 공고에 명시, 유지관리 인력도 투입해야 한다.

PC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찰청 조달 사업은) 단가는 안 나오는 사업”이라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도) 수익보다는 사업 관계를 생각해 들어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무용 PC 사업이 또 한 번 유찰되면 사업이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인텔 CPU 공급 대란이 최소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