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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게임 희망이라고 불리던 배틀그라운드가 비인가 프로그램과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사진은 2018 국가브랜드대상을 수상한 김창한 펍지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펍지가 국정감사에서 이용자 하락 주범으로 지목받은 '배틀그라운드' 비인가 프로그램과의 전쟁에 나선다. '머신 밴' 기능을 추가하기로 한데 이어 매크로 기능이 담긴 마우스 사용도 제한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펍지는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을 변경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는 핵, 치트는 물론 오토 마우스, 매크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3자 프로그램 범위를 인증되지 않은 하드웨어 기기까지 넓혔다. 하드웨어 매크로 기능을 제공하는 마우스도 포함된다. 이 약관은 내달 17일부터 적용된다.

배틀그라운드는 핵 문제 못지않게 하드웨어 매크로 마우스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하드웨어 매크로 기록이 있는 마우스는 총기를 발사할 때 발생하는 반동을 마우스가 임의로 수정해 공격을 쉽게 한다. 클릭 수를 늘리거나 줄여 연사, 점사도 실제 조작과 상관없이 할 수 있다. 별도 소프트웨어가 아닌 마우스 자체에 내장된 방식이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펍지는 머신 밴도 도입한다. 머신 밴은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 이력이 있는 하드웨어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중국발 비인가 프로그램 이용자를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틀그라운드 인기가 높은 중국 PC방은 비인가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제공해왔다. 머신 밴을 도입하면 비인가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PC는 다시 배틀그라운드에 접속할 수 없다.

세르게이 갈리온킨 스팀 스파이 창업자는 “중국 PC방은 밴을 당해도 15달러를 주고 다시 구매하면 그만”이라며 “한 시간에 3달러, 이용자 한 명당 평균 주 16주를 플레이하는데 핵을 제공해 손님을 끌면 이익이라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비인가 프로그램을 개발, 광고, 배포, 거래하는 행위 역시 제재한다.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펍지가 비인가 프로그램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전성기 이용자 수준 회복은 힘겨워 보인다. 300만명을 넘었던 스팀 동시접속자수는 최근 100만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배틀로얄 경쟁작 전망이 밝은 탓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콜오브듀티:블랙옵스'4는 출시 10일 만에 PC방 사용량 순위 톱10에 들었다. 아직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와 점유율 차이가 있다. 하지만 19세 이용가 버전으로만 거둔 기록이다. 수정을 가한 15세 버전은 19일 등급분류를 받았다. 이용자 범위가 늘어나 점유율 증가가 예상된다.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는 북미·유럽 지역 시장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개발사 에픽게임즈 한국지사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메인스폰서를 맡아 인지도 상승을 노린다. 네오위즈와 계약을 맺은 PC방 서비스도 전개할 예정이다.

경쟁작 거센 도전뿐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자체 문제도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서버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불안정한 서비스에 대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매크로를 완벽하게 막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라도 칼을 빼 든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