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e스포츠를 공격적으로 육성하는 대표 국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시장이 e스포츠 발전을 주도한다. 막대한 자본과 큰 시장을 무기로 선수 자원을 빨아들이고 인프라, 제도 등 발전에 속도를 낸다.

포브스는 올해 미국 e스포츠 전체 시장 수익이 10억달러(한화 약 1조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3억명 가량 시청자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1년까지 16억5000만달러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e스포츠 활성화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 스포츠 산업의 참여다. 12개 프로팀이 경쟁하는 '오버워치' 리그는 티모바일과 토요타 같은 대기업은 물론 NBA, NFL 등 메이저 스포츠 경영진이 팀 소유를 위해 수백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오버워치는 첫 시즌 스트리밍 시청자 수가 1000만명을 기록했다. 분당 평균 시청자 수는 28만 명에 달했다.

학원 스포츠 성장세도 눈에 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북미에서 66여개 대학이 2016년 설립된 NACE(National Associationof Collegiate Esports)소속으로 대학 e스포츠 리그를 준비 중이다. '리그오브레전드' '카운터스트라이크' '도타2' 등 프로 리그를 운영 중인 종목에 초점을 맞춰 아마추어가 프로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중국 시장 연구기관인 텐센트 산하 치어즈쿠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7년 중국 e스포츠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4.8% 증가한 730억5000만 위안(한화 약 1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저는 2억500만명에 달했다.

치어즈쿠는 2018년 중국 내 e스포츠 산업규모가 880억 위안, 유저수는 3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중국은 2003년 중국 국가체육총국에서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승인한 이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세계 e스포츠 중심으로 인프라와 선수를 빨아들인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월드사이버게임즈(WCG) 브랜드를 인수했다. 원래 올해 태국에서 첫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번복하고 중국 시안에서 2019년 첫 개최를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WCG 관계자는 “대회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후보 도시 경쟁과정이 있었고 중국 시안이 월등히 좋은 조건을 제시해 개최지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지원 규모가 더 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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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관중이 들어찬 2017 롤드컵 결승전 현장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사진 라이엇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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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크라운 챔피언십 월드 파이널

국내 우수 선수 해외 진출은 양날의 검이다. 선수 개개인에게는 기회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경기력을 약화시키고, 흥행 요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수억원 고연봉을 제시하며 한국 출신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데 열을 올린다.

국내 선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 글로벌 자본이 국내 e스포츠에 투자할 매력은 줄어든다. 오버워치 서울 팀을 운영하는 젠지는 대만계 미국인 케빈 추 카밤 공동창업자가 운영한다. 젠지는 2017년 한국 진출 이후 삼성 갤럭시 등 프로게임단을 인수하고 루나틱하이 등 유력 e스포츠 팀 핵심 멤버를 영입하는 등 큰손으로 활동했다. 케빈 추 젠지 대표는 이 과정에서 “한국 e스포츠에 수백억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선수 생명이 짧은 e스포츠 특성상 해외진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보다는 고연봉이 보장되고 “더 큰 물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선수들 희망사항이 합쳐진 결과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e스포츠 프로 선수는 전체 76.5%였다. 진출 선호 지역은 북미가 92.3%로 가장 높았다. 중국이 53.8%로 2위였다.

2014년 LoL 우승을 일군 삼성 갤럭시 화이트는 우승 직후 주축 선수들이 중국 게임단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공중 분해됐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국내로 유턴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e스포츠 산업이 가진 강점은 뛰어난 경기력의 선수”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 활동이 곧 선수 개인은 물론 자본 투자의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e스포츠 경기력은 우수 선수의 영입 등으로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이 작은 시장 규모로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고 e스포츠 문화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가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표> 한국 e스포츠선수 해외진출 희망 여부, 출처,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표> 한국 e스포츠선수 해외진출 희망 국가, 출처,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표>한국 e스포츠선수 해외진출 희망 이유, 출처, 2017년 e스포츠 실태조사

[이슈분석] e스포츠 자원 빨아들이는 미·중, 경쟁력 마르는 한국
[이슈분석] e스포츠 자원 빨아들이는 미·중, 경쟁력 마르는 한국
[이슈분석] e스포츠 자원 빨아들이는 미·중, 경쟁력 마르는 한국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