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정부입김론'에 봉착했다. 2015년 당시 금리인하가 불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림으로써 지금의 '금융불균형'을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당에서는 당시 청와대-언론-금융당국(한은) 트라이앵글이 금리인하 결정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에 협조를 당부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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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

이주열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 보도 내용을 인용, “안종범 전 청와대수석과 조선일보, 금융당국이 한 팀이 돼서 금통위에서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금리인하 압박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본연 책무에 맞게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날 박영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2014년~2015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정부가 한은 통화정책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에 한은이 금리인하로 화답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2014년 3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연속 4차례나 0.25%P씩 금리를 인하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 총재가) 2014년 7월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를 시장에 줬으며 전문가들도 금리인하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 바로 다음달(8월)에 금리를 내렸다”며 “안종범 전 수석 수첩에 따르면, 이때는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한 시점이며, 박 정부가 양적 완화를 통해 부동산 인위 부양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문제 삼았다.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LTV·DTI를 완화하는 동시에 금리인하까지 압박한 결과로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발생했다는 게 여당 측 지적이다.

실제로, 2015년 말에서 2016년 말 사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2.9%에서 154.6%로, 11.7%P나 올랐다. 2010년 이후 그 증가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주열 총재 1기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했을 때와 맞닿아있다. 저금리 기조를 타고 소득 증가세를 앞지르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2015년 3월 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1%로 낮출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으며, 수출도 사상 최초로 그 규모가 두 달 연속 감소했다”고 반박했다.

2015년 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별관 회의는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을 주축으로 열리는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다. 여당에서는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서별관 회의를 열어서 (금리인하 요구를) 말해야한다'는 문자를 보낸 점을 들며, 이 총재가 서별관 회의 참석한 것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2015년 2월과 3월 서별관 회의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으며 한국은행에서 어느 누구도 대행으로 가지 않았다”며 “(안종범 전 수석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고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도 어제 보도를 보고 알았으며, 금시초문이었다. 안종범 수석과 (금리 인하에 대해) 협의한 일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권성동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에 실패한 책임을 한국은행 탓으로 돌린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집값 폭등은 국민이 서울에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심리를 고려 못하고 수요만 억제한 결과인데, 한국은행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반발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