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대 PC 업체 레노버와 손잡고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 태블릿'을 개발한다. LG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고 레노버가 완제품을 만든다. 태블릿에는 13인치대 폴더블 패널이 탑재될 계획이다. 13인치는 현재 태블릿이나 노트북에서 볼 수 있는 화면 크기다. 디스플레이를 접어도 화면이 크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와 레노버는 폰을 겸용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태블릿 휴대성 제고에 폴더블 기술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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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13인치대 폴더블 패널을 개발하고 중국 레노버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패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이며, 화면을 반복해서 접었다 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13인치대 폴더블 패널을 개발하고 레노버와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은 것으로 안다”면서 “정식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내년 하반기 공급이 목표”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폴더블 패널 개발 상황이 파악된 건 처음이다. 특히 13인치 폴더블 패널은 그동안 업계 내에서도 개발 사례가 없는 데다 경쟁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른 폴더블 패널보다 크기가 커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폴더블 디바이스는 7.3인치다. 패널 개발 및 제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맡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BOE와 손잡고 8인치대 폴더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7~8인치는 소형 태블릿에 적합한 화면 사이즈다. 이를 접으면 화면이 4~5인치가 된다. 삼성과 화웨이는 폰과 소형 태블릿을 겸용할 수 있는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13인치는 다르다. 13인치 패널은 노트북에 쓰일 정도로 화면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접는다 해도 스마트폰으로 쓰기에 부담된다. 산술로 계산하면 4대3 화면 비 기준 13인치 패널은 접었을 때 약 9인치가 된다. 16대9 화면 비에서는 폴딩 시 8인치가 된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 13인치 폴더블 패널은 폰이 아닌 접을 수 있는 태블릿 형태의 새로운 디바이스를 개발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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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CES에서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롤러블 OLED 패널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시장 공략에 경쟁사와 다른 접근법을 펴는 것으로 해석했다. 폰이 아닌 태블릿을 폴더블 시장 개화 타깃으로 본 것이다.

폰은 접었을 때 화면이 가려지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태블릿은 화면을 접으면 부피가 줄고 휴대가 더 간편해진다.

또 패널 개발 입장에서 내구성 확보가 용이하다. 폰은 매일 사용해야 하지만 태블릿은 폴딩 빈도가 낮다. 폴더블 패널 상용화에 더 어울린다는 얘기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내구성이나 사용 측면을 고려할 때 폴더블 패널은 태블릿이나 노트북이 더 적합할 수 있다”면서 “LG디스플레이가 13인치 폴더블 패널을 개발한 건 효용성과 시장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PC 업체에 패널 공급을 타진하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레노버는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다. LG디스플레이는 레노버뿐만 아니라 델과 LG전자에 13인치 폴더블 패널을 프로모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들 PC 업체가 완제품 개발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폴더블 디바이스 및 패널 시장을 함께 개척하고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폴더블 패널 개발과 고객사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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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가 2016년 컴퓨터월드에서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