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백악관도 양자 산업 진흥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권은 바뀌어도 두 행정부가 모두 양자 산업을 국가 미래 도전 과제로 꼽은 것이다. 세계 각국의 양자 산업 육성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 소속 과학기술 분야 최고 의결기구인 국가과학기술이사회(NSTC)는 최근 '양자정보과학 국가전략개관' 보고서를 내놨다. NSTC 내 양자정보과학 소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6개 중점 추진 분야로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내년 1분기 중에 양자센서, 양자네트워크, 양자컴퓨터 등에 대한 세부 육성 계획도 나온다.

보고서에는 양자컴퓨터를 안보 위협 요소로 보고 우방국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과 벌이는 양자 기술 경쟁을 안보전쟁 시각에서 접근한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3조원을 투입, '국립 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미국 하원은 조 단위 투자 기반이 될 '국가양자이니셔티브(NQI)'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양자 산업과 양자 보안에 주목하고 있다. 뒤처지면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자 시대에 현행 정보통신기술(ICT) 보안 기반인 공개키암호체계(RSA)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지 않으면 국가 사이버 안보 주권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양자 산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란 현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속에 '양자정보통신 육성 방안'이 세부 과제로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안에 양자 산업 육성 및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2022년에 행정망과 국방망에 시범 적용하는 중기 로드맵도 있다. 문제는 국회와 정부 관심이 낮아 진행이 더디다는 것이다. 한국은 ICT 경쟁력에서 아직 글로벌 비교 우위에 있다. 저력과 경험만을 놓고 본다면 양자 기술과 산업도 가능성이 있다. 양자 글로벌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 등 선도국과 보조를 맞춰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